대학등록금 자율화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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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대학의 자율에 말겨진 등록금 책정이 진통을 겪고 있다.
일부 사립대에서는 학생들의 끊임없는 인상반대시위·농성으로 등록금을 동결하고 나아가 학교예산·결산 및 학사행정 등에 학생들이 심의권을 행사하게 되는 새로운 사태로 발전하고 있어 대학이 사상 유례 없는 전기를 맞고 있다.
등록금을 대폭 인상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그동안 「대학의 자율은 등록금책정의 자율에서 시작된다」고 주장해온 사학들은 지난 10월21일 정작 그 권한이 자율에 맡겨지고 난 뒤 그동안 40여개 대학에서 신입생 10∼22%, 재학생 10%의 인상 (대학교육협의회조정) 움직임에 반발하는 학생들의 시위·농성이 확산되고 나아가서는 대학의 예산공개와 예산편성 및 결산참여, 재단퇴진과 총·학장 임면에의 학생참여요구로까지 번지자 자율을 팽개치고 다시 정부에 매달려 등록금 책정권을 포기한 채 국고지원을 요구하고 나서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재단전입금은 거의 없이 학생들의 등록금에만 의존해온 대학 측의 등록금인상 움직임에 학생들의 반발은 거세게 계속되고 있다
5일에도 광운대·계명대·조선대·서울대의대 등 15개대학이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집회·시위를 벌였고 이 가운데 12개 대학은 교내에서 철야농성했다.
이대 학생들은 등록금 동결을 요구하며 1일부터 3일까지 실시된 내년 1학기 수강신청을 전면 거부했다.
학생들의 신입생 입학원서 접수방해를 계기로 원광대를 비롯, 전주우석대·경남대·전주대·홍익대·광운대 등 6개 대학이 재학생에 한해 등록금 인상을 포기했다.
학생들의 요구는 이에서 끝나지 않고 학사행정에 교수와 같은 자격으로 참여할 권한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경성대가 예산편성과 결산, 학사일정 결정 등에 학생 및 교수가 참여토록 합의한 뒤 세종대·상명여대 등도 학교운영에 관한 학생들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밖에 없었다.
상명여대는 5일 교수·학생협의회를 상설기구로 구성, 예산·결산 및 학사일정·학생징계등 거의 모든 학사행정에 관해 사전협의와 사후감독 등을 통해 간여할 수 있도록 했고 세종대는 이에 앞서 총장후보에 대한 학생·교직원의 사전심의 및 동의를 거치도록 했다.
이같은 결과는 그동안 파행적으로 운영된 일부 사학이 장기화된 학내분규를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평가될 수 있으나 학교운영에 관한 과도한 학생참여가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우려도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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