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이룬 혼다 대리점 조성민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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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달 서울 대치동에 일본 혼다의 모터사이클(오토바이) 딜러점을 낸 조성민(38.사진 )씨는 그 전까지 10년 넘게 자동차 정비사로 일했다. 그를 만나보니 실로 오랜 꿈을 이룬 듯한 표정이었다. "모터사이클은 구미나 일본 같은 선진국에선 꿈과 가족애, 추억을 파는 문화 상품이예요."

그가 모터사이클을 접한 건 오토바이 수리점을 운영한 아버지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붕붕'하는 엔진 소리를 매일 듣고 자랐다. 경기실업공고를 다닐 때는 아버지가 고치지 못한 부분을 몰래 수리해 놓기도 했다. 손재주가 좋아 실업고 기계 경진대회에서 우승을 하기도 했다. 꿈은 레이싱 선수로 번졌다. 1994년 일본에 유학을 가 선수가 되는 공부를 하려 했으나 학비 문제 등 여건이 안 돼 도요타가 운영하는 2년 과정의 정비학원에 들어갔다. 졸업 후엔 도요타 딜러점에서 정비사로 일했다.

2000년 도요타코리아가 생기면서 렉서스 정비사로 귀국했다. 하지만 오랜 꿈을 버리지 못했다. 2003년 혼다가 한국에 진출하자 회사를 옮겼다. 자동차 정비 교관이었지만 틈만 나면 회사 주차장에 세워진 오토바이를 탔다. 지난해엔 강원도 태백 서킷에서 열린 125㏄급 혼다 CBR 레이스에서 3등을 했다.

"모터사이클 엔진 소리만 들리면 뛰쳐 나가고 싶었지요.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사표를 내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런 열정이 일본에까지 알려져 혼다 관련 업체가 그에게 투자를 했다. 덕분에 지난달 강남에 딜러를 냈다. 첫 달 판매실적은 60대로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조 사장은 "판매 욕심으로 무작정 팔진 않는다. 네 시간 이상 도로주행 안전교육을 시킨 뒤 키를 건넨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이면 일곱살 아들에게 모터사이클을 가르친다. 못다한 레이싱 선수의 꿈을 후대에 물려주면서 가족애를 키우는 일이다.

지난 주에는 암 투병 중이라는 50대 남자 손님이 매장에 들어섰다. "젊은 시절에 툴툴 소리 나던 오토바이를 타던 기억을 되살리고 싶다"며 3500만원짜리 최고급 '골드윙'을 주문했다.

"키를 손에 쥐어드렸더니 병색인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지더군요. 모터사이클의 추억이란 게 이런 겁니다."

조 사장은 하반기 중 손님들과 1박2일로 국내 모터사이클 여행을 기획해 또다른 추억거리를 선사하겠다는 계획이다.

모터사이클 초보자에 대한 그의 조언. "상체 힘을 빼는 게 기본이예요. 그 다음엔 가고자 하는 방향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 일이지요."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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