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일임매매 고객과 잦은 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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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주식 투자자 김모(44)씨는 지난해 초 증권계좌 잔액을 확인하다 자신도 모르는 종목이 있는 것을 알고 놀랐다. 계좌를 튼 A증권사 지점 직원이 멋대로 주식을 산 것이다. 김씨는 그러나 "앞으로 상승 가능성이 큰 종목"이란 직원의 말을 믿고 눈 감아줬다.

하지만 1년뒤 해당 종목은 상장 폐지됐고 김씨는 결국 수천만원을 날렸다. 그는 증권선물거래소 분쟁조정실을 통해 민원을 제기했지만 '증권사 책임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김씨가 임의 거래 사실을 알았을때 이를 적극 문제 삼지 않은 것을 증권사 직원의 잘못을 '묵인'한 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증시 활황으로 일임매매의 책임소재 공방 등 고객과 증권사간 분쟁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증권선물거래소가 처리한 증권 분쟁 민원은 총 419건으로 전년보다 58.1% 불어났다.

거래소 관계자는 "주식 거래 규정을 잘 몰라 생기는 민원은 투자자 책임이 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일임매매, 책임 묻기 힘들다=고객-증권사간의 가장 잦은 분쟁은 바로 증권사측이 고객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의적으로 거래하는,일임 또는 임의 매매다. 지난해 증권선물거래소가 처리한 분쟁 중 일임.임의매매 관련 민원이 41%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일임 또는 임의거래에 따른 분쟁이 생겨도 투자자가 불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임매매 전에 받아둔 '손실 보전각서'도 법적 효력이 없다.

펀드 투자를 하다 B증권사 직원의 권유로 주식투자에 나선 안모(38)씨도 그런 경우다. 안씨는 증권사에 일임매매를 맡기면서 투자원금을 보장해 준다는 내용의 '손실보전각서'를 받았다. 이후 수백만원의 손실을 본 안씨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지고 말았다.

분쟁조정실 박승배 과장은 "원금 보장이나 손실보전 약속은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다만 투자 손실 위험 등에 대한 설명없이 일임매매를 권했다면 부당투자 권유행위가 인정돼 부분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규정 숙지가 우선=최근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이와 관련된 민원도 급증세다. HTS관련 분쟁은 2004년 14건에서 지난해 40건으로 300% 가까이 급증했다. C증권사의 HTS를 사용하던 정모(51)씨는 HTS 거래번호가 바뀐 것을 모르고 주문을 하려다 애를 먹었다. 새로운 주문 번호를 알아내고 거래를 한 것은 5분 뒤. 해당 종목의 주가가 내려 정씨는 수십만원의 손해를 봤다. 김씨는 민원을 냈지만 HTS관련 메뉴얼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김씨에게 책임이 있다는 결론이 났다.

◆ 분쟁 처리는 이렇게=관련 거래 내역 등을 챙겨 각 증권사 감사실이나 증권선물거래소 분쟁조정실(02-3774-9282~7)을 찾는게 좋다. 이후 60일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장감시위원회에서 다시 조정을 한다. 이 경우에도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증권선물거래소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할 수 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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