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 "폭력시위 용납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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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단체들이 14일 평택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경찰은 180여 개 중대 1만8000여 명을 동원, 집회를 원천 봉쇄하기로 했다. 11일 오후 기지 이전 예정지에서 군인들이 비닐하우스 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 [평택=뉴시스]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가 14일로 예정된 평택 미군기지 이전반대 집회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자 정부가 강경 대응에 나섰다. 한명숙 국무총리는 12일 평택시위 관련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한다. 미군기지 이전에 대한 의사표현의 자유는 보장하되 폭력시위는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한 총리는 발표에 앞서 삼청동 공관으로 함세웅 신부와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 등 재야 원로 14명을 초청해 의견을 수렴한다. 검찰은 11일 평택 미군기지 이전반대 과정에서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문정현(범대위 상임 공동대표) 신부 등 범대위 간부 10여 명을 소환조사키로 했다.

검찰은 이들이 소환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설 방침이다. 경찰은 집회 이틀 전인 12일부터 평택 주요 길목에 경찰 병력을 배치해 시위대 진입을 차단하기로 했다.

'미군기지 저지' 범대위
광주항쟁 정신으로 주말집회 강행할 터

범대위는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예정대로 13일 서울과 14일 평택에서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가운데 평화적이고 대중적인 방식으로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택순 경찰청장은 10일 국회 행자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평택 집회가 폭력사태 조장 가능성이 많아 집회 신고를 접수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범대위 관계자는 "이번 집회는 1980년 광주에서 시민들이 군경과 맞서 싸웠던 뜻을 평택에서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광주민중항쟁 26주년 기념 5.18 정신 계승대회로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평택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사회적 협의기구를 구성하는 한편 구속자를 석방하고 폭력 진압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등 60여 개 여성단체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4일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한 여성 연행자의 상반신을 알몸 수색하는 등 여성들에게 성적 모멸감을 느끼게 했다"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불법시위 반대' 시민단체
기지 이전 적법 절차 공권력 엄정 집행을

선진화국민회의와 뉴라이트전국연합, 자유시민연대 등은 11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 대강당에서 비상국민회의를 열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행동을 좌시할 수 없다"며 범대위 등을 비난했다.

이들은 "심각한 자유민주주의 위기 상황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공권력이 엄정하게 집행돼야 한다"며 "최근 범대위 등 좌익 성향 세력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서고 있으며, 이는 지난번 맥아더 동상 철거 시도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미군기지 이전 찬성 단체들은 다음주 중 '자유민주주의와 공권력 수호를 위한 비상국민회의' 결성대회를 열고 본격적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미군기지의 차질 없는 이전을 촉구하기 위해 20일 평택, 23일 서울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비상국민회의에는 최성규 전 한기총 대표, 서경석 선진화국민회의 사무총장, 이석연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대표, 박세환 재향군인회 부회장, 권정달 자유총연맹 회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평택=전익진.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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