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자치 위한 「준 독립국」선언…중앙과 갈등 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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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에스토니아의 주권선언은 소련 중앙정부에 대해 일단은 민족적 자치권을 확대하자는 타협을 목표로 한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소련에서 완전독립이 불가능하다는 전제아래 에스토니아 의회의 주권선언이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각기 인구가 1백50만∼3백40만명 수준의 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 등 발틱 3국은 제정러시아의 지배아래 있다가 1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했으나 1940년 소련과 나치독일간의 비밀협정에 따라 합병됐었다.
전통적으로 발틱 3국은 러시아보다 서유럽문화에 가까운 나라로 반 러시아적 감정이 깊다. 그러나 소련에 다시 합병된 후 추진돼온 발틱 3국에 대한 「러시아화」의 결과 러시아계 주민들이 정치·사회적 주도권을 잡아감으로써 민족적 불만감이 커졌다.
에스토니아의회는 이번 주권선언이 『결코 소련으로부터 이탈을 의미하지 않으며 외교· 국방은 여전히 연방정부가 맡는다』고 단서를 달고 있으나 연방 정부는 대우에 준 독립국과 같은 대우를 요구하고 있다.
에스토니아의회는 또 소연방을 구성하고 있는 공화국의 주권을 제한하고 있는 소련의 새 헌법 개정안을 절대다수로 부결, 중앙정부에 도전했다.
이에 앞서 「고르바초프」는 「메드베데프」 「체브리코프」 「슬륜코프」 등 3명의 정치국원을 발틱 3국에 파견, 극단적 민족주의를 경고한 바 있다.
「고르바초프」의 개혁정책에 의해 활성화된 지방분권 논의에 따라 나올 수 있게된 에스토니아의 주권선언은 곧바로 이웃 라트비아·리투아니아로 확산될 것이 분명하고 비단 발틱3국 뿐 아니라 기타 민족들에게도 확산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들의 요구가 전폭적으로 수용될 수는 없으며 제한적인 자치권의 확대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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