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 덩치는 커졌는데 … 2005년 매출 21% 늘었어도 순익은 감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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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해 중국 기업들이 덩치를 키우는 데는 성공했으나 돈벌이는 예상보다 신통찮은 것으로 나타났다. 많이 팔기는 했지만 이익은 되레 줄어든 것이다.

중국 신화통신의 증권전문지 중국증권보가 상하이(上海)와 선전(深?) 증권거래소의 12월 결산법인 1365곳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평균 주당순이익(EPS)은 전년 동기 대비 7.9% 감소한 0.22위안(26원)으로 집계됐다.

EPS는 주당 이익을 얼마나 창출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높을수록 투자가치가 높다.

이들 기업의 지난해 매출은 모두 4조983억 위안(478조4355억원)으로 2004년보다 21.4% 증가했다. 그러나 순익은 1.2% 감소한 1678억4700만 위안을 기록했다. 기업들의 외형이 커졌으나 수익력은 약해진 셈이다.

또 상하이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상하이 상장기업의 지난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은 9.32%로 2004년보다 5.28%포인트 떨어졌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것으로 주주들이 투자한 돈을 운용해 이익을 얼마나 냈는지 측정하는 지표다. 상하이 상장사들이 지난해 1000원을 투자받아 93.2원을 벌었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한국의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515곳은 2005년 같은 돈을 투자해 133원을 벌었다. 상위 30개 사가 벌어들인 돈은 평균 147원에 달했다.

중국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은 유가 등 원자재 값이 치솟고 경쟁 격화에 따라 판매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생산 규모를 늘리는 데 주력한 반면 생산성이나 효율성을 크게 높이지 못한 탓도 크다.

중국 최대 철강 업체인 바오산(寶山)철강은 지난해 매출액이 두 배 이상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순이익은 35% 증가하는 데 그쳤다. 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화넝(華能)국제전력도 지난해 발전량이 32% 증가했지만, 석탄 값 상승 등으로 순익은 도리어 두 자릿수나 감소했다.

적자를 기록한 기업도 사상 최대로 증가했다. 중국증권보의 조사대상 기업 가운데 19%(259개 사)가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6%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대형 항공사인 중국남방항공(中國南方航空)과 중국 내 최대 휴대전화 단말기 메이커인 닝보버드(寧波波導)도 적자로 전환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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