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연구원 “고용 쇼크, 업체 포화 때문” 원장은 “최저임금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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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국노동연구원은 올해 하반기에도 고용한파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최근 고용 쇼크가 최저임금 때문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숙박음식업과 도소매업의 고용 감소는 포화상태에 놓인 업종의 특성상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현상일 뿐이라고 봤다. 반면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장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소기업과 자영업을 위협할 수 있다”고 엇갈린 해석을 했다.

노동연 “식당 일자리 감소 불가피” #배규식 원장 “임금 올라 자영업 위협”

한국노동연구원이 2일 발표한 ‘2018년 상반기 노동시장 평가와 하반기 고용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취업자 수는 20만8000명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연간으로는 17만5000명 증가하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정부가 내놓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수정 전망한 18만 명보다 5000명 적다. 지난해 31만6000명에 비하면 거의 반 토막이다. 연구원은 이처럼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적은 것은 제조업과 도소매업·음식숙박업을 중심으로 한 고용 축소를 원인으로 들었다. 연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20만 명을 밑도는 수치를 보인 것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9년 만이다.

그러나 연구원은 “올 상반기는 대체로 통상적인 수준의 취업자 증가를 보였다”며 고용 쇼크로 보는 견해를 사실상 부정했다. 다만 5~6월 취업자 수가 낮은 것에 대해서는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고용 위축이 빠르게 진행된 탓으로 봤다. 또 “인구 감소를 고려하면 하반기와 연간 취업자 수 증가 전망치는 예년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지만 평년 수준 흐름”이라고 했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고용 상황이라는 논리다. 특히 연구원은 “최저임금이 상반기 고용 둔화의 주요 요인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16.4%)은 일자리 안정자금, 사회보험료 지원과 같은 정부의 각종 지원을 감안하면 실질 인상률은 7%라는 설명을 덧붙여서다.

그러면서 “숙박음식업과 도소매업에서의 임시일용직 감소는 금융위기 이후 업체 급증으로 이미 포화상태에 놓여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고, 날로 영업이익이 줄고 비용 압박에 시달리는 두 산업이 처한 상태가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한계 업종에서 벌어지는 불가피한 현상이란 얘기다.

연구원은 또 “최근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감소는 이직 목적 폐업이나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로의 상향 이동이 활발하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자영업자가 근로자로 변신하거나 고용인원을 늘리며 더 나은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이날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이 보고서와 다른 견해를 내놨다. 언론 기고를 통해서다. 배 원장은 보고서에서 지적한 것처럼 소기업,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의 수익성과 지불 능력이 취약하다는 점에는 인식을 같이했다. 다만 “연속해서 15%를 넘는 최저임금 인상은 이들 취약한 소기업 및 자영업을 위협할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조절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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