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마르코스 부부 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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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뉴욕 로이터·AP=연합】하와이에 망명중인 전 필리핀 대통령「마르코스」(71)와 그의 부인 「이멜다」가 뉴욕시의 부동산을 사들이기 위해 총 2억6천8백만 달러를 불법 사취한 혐의로 미 연방대배심에 의해 21일 기소됐다.
연방대배심은 소장에서 「마르코스」부부가 뉴욕시의 부동산구입 목적으로 72년부터 권좌에서 쫓겨난 85년 사이에 필리핀 정부 공금 1억3백만 달러를 미국에 불법 유입했으며 시티뱅크를 비롯, 미 은행들로부터 1억6천5백만 달러를 사취했다고 밝혔다.
연방대배심은 「마르코스」부부와 함께 이들 부부의 미 부동산소유를 위장하기 위해 대리소유자 행세를 한 무기 거래상 「아드난·카쇼기」를 비롯, 5명의 「마르코스」측근들도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연방대배심은 「마르코스」부부에게 오는 31일 뉴욕 연방법원에 출두토록 지시했는데 이들에게 유죄 판결이 내러질 경우 최고 20년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하와이에 있는 「마르코스」대변인 「아르투로·아루이자」는 「마르코스」가 현재 자신의 변호인들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으나 미 정부의 조치에 전혀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며 죄를 범하지 않았기 때문에 흥정을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말린·피츠워터」백악관 대변인은 「레이건」대통령이 「마르코스」의 기소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유감스러워하고 있지만 법무부와 법원의 소관 업무이기 때문에 어떠한 논평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피츠워터」대변인은 이어 「마르코스」의 기소가 축출위기에 놓인 외국지도자들에게 미국의 망명처 제공 약속을 믿을 수 없게 만든 것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지킬 수 없는 제의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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