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개똥이라지만 막후 실세예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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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체가 무거워서 탈모증도 생겼어요. 다시는 사극을 안 하려고 했는데, '내 사극인생에서 이번 작품을 최고로 만들려고 한다'는 감독님 말에 결정을 내렸어요."

이달 초 KBS '장희빈'에서 인현왕후로 숨을 거뒀던 박선영(27.사진)씨가 다음달 6일 첫 방송하는 SBS '왕의 여자'(극본 윤정건.연출 김재형)에서 궁녀 개똥이로 부활한다.

월탄 박종화의 소설이 원작인 이 드라마에서 개똥이는 선조와 광해군, 부자지간인 두 임금에게서 사랑을 받은 요부이자 권모술수에도 능해 광해군의 세자책봉과 즉위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주인공이다.

은퇴 중인 심은하까지 물망에 올랐던 큰 역할인 데다, 같은 시간대에 방송하는 MBC 사극 '대장금'의 주연이 이영애라서 후배 격인 박씨로서는 부담을 느낄 법도 하다.

하지만 그는 "신문이라고 가장 판매부수가 많은 신문만 보는 건 아니지 않으냐"면서 "색깔이 다른 드라마를 그렇게 비교하는 건 옳지 않지만 관심의 표현이라면 고맙다"고 당찬 답변을 내놓는다.

공교롭게도 1995년 KBS 드라마'서궁'에서 당시 신인급이었던 이영애씨에게 개똥이 역할을 맡겼던 연출자 김재형 PD 역시 "두 사람이 서로 다른 매력을 가졌다"고 박씨를 거들었다.

사실 '왕의 여자'는 80부작 대작이면서도 사극이 처음인 젊은 연기자들이 수두룩하다. 남자 주인공 광해군 역의 지성, 광해군 부인역인 사강, 광해군의 형 임해군 역의 김유석, 임해군을 따르는 역할인 이훈 등이 모두 그렇다.

김PD는 "솔직히 방송3사 채널을 돌리나, 국산영화들을 훑어보나 똑같은 몇몇 얼굴뿐 아니냐"면서 "첫술에 배부르지는 못할지언정 새로운 매력, 새로운 호흡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새로움'이라는 점에서 제작진은 '대장금'보다는 오히려 앞서 방송한 '다모'를 의식하는 듯했다. 첫회부터 이훈이 연을 타고 하늘을 나는 액션장면으로 눈길을 끄는 한편 당대 정치사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다는 구상이다.

광해군을 폭군이 아니라 배우의 이름처럼 '지성적인'인물로 그려내고, 당쟁 역시 간신과 충신의 이분법 대신 국정위기에 저마다 다른 해법을 지닌 이들의 갈등으로 그려낼 계획이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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