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민「육아걱정」덜어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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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난 6일 오후 5시 시립중계유아원 병설 88탁아원 (서울 노원구 중계동 310의 1)북쪽으로 창을 둔 2평 남짓한 온돌방에 채 한 돌도 지나지 않은 갓난아기 3명이 나란히 누워 단잠을 자고 있다.
온돌방과 나란히 붙어있는 18평 규모의 놀이방에는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 가을햇살을 받으며 1∼5세 어린이 31명이 블록 쌓기도 하고 기차놀이도 하면서 재갈거리고 있다.
『갓난아기는 물론이려니와 환경이 바뀌어 갑자기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게된 어린이들도 많아 애를 키워보지 않은 저로서 처음엔 너무 힘이 들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아이들이 어느 정도 적응하는 것 같아 훨씬 쉽습니다.』
소영경 어린이(5)에게 동화를 들려주고 있던 탁아교사 서성숙양(21)은 아이들이 한 달이 채 못되는데도 간식그릇은 자신들이 정리한다며 대견해 했다. 생계유지를 위해 부부가 함께 벌지 않으면 안 되는 영세민들의 「아이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서울시가 영세지역을 중심으로 한 88탁아원을 개원한 것은 지난 9월 13일.
정릉 3동, 월곡3·4동, 미아 2·5·6동, 상계3·4동, 중계동, 도봉2동, 수색동, 홍제3동, 염리동, 상암동·구로3·4동, 신림7·10·11동, 봉천5·6·9동, 거여동, 사당3동, 흑석1동 등 저소득층 집단지역의 기존 시립·사립유아원 28개소에 탁아원을 병설하는 한편 영아반을 운영해오던 정릉4동, 수색동, 홍제3동, 신림10·11동, 시립유아원 5개소의 영아반 시간을 연장토록 했다.
88탁아원은 개원 직후엔 잘 알려지지 않아 정원을 크게 밑돌았으나 점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
지난 9월 15일 문을 연 중계유아원도 처음에는 16명에 불과했으나 6일에는 38명의 어린이가 맡겨졌다.
88탁아원에서 맡아 주는 어린이는 0∼5세로 젖먹이 위주.
취업모의 출·퇴근시간을 감안,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12시간 문을 열고 있는데, 영세지역 주부들의 취업이 대부분 일일고용인 점을 고려해 월 탁아·시간제 탁아 등으로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탁아원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나지만 오전 9시·11시, 오후 4시·6시 등 4차례의 간식과 점심이 주어지며, 젖먹이 아기의 경우 월령에 맞춰 우유를 준다.
시립 중계유아원의 경우 하루 네 번의 간식 가운데 두 번은 가정에서 준비한 것을, 두 번은 자체에서 준비한 것으로 충당하고 있다.
월 수탁료는 1만 5천원. 수시 탁아는 하루 6백원이며, 시간제 탁아는 시간당 1백원으로 저렴한 편. 특히 영세민 자녀는 전액 무료의 혜택이 주어진다.
중계유아원 장금동 원장(49)은 『88탁아원에 오는 어린이의 약20%가 아버지 직업이 일정하지 않아 어머니가 반드시 일을 해야하는 가정인데다 빈민가정 특유의 자녀폭행 등이 있어 어머니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해주었다.
어린이 또한 마찬가지. 당근 그림색칠을 했다는 신새봄 어린이(4)는 『집에서 혼자 놀 때 보다 선생님이 동화도 들려주고 친구들과 장난감을 가지고 같이 노니까 재미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연령차가 많기 때문에 「교육」을 하는데 어려움이 큽니다.
게다가 이들에게 맞는 프로그램도 별로 개발돼 있지 않고요.』 88탁아원 교사 송은경 양(22)은 『다양한 프로그램개발과 함께 유아원과 탁아원의 분리시설이 이루어지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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