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바초프 배한에 왜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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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고르바초프」의 북한방문은 형식적으로는 이번 달로 예정되었던 「그로미코」를 대신하는 것이지만 사실상 전권을 장악한 소련서기장의, 그것도 개혁주창자의 사상 첫 북한방문이라는 점에서 파격적인 것이다.
이번 발표는 특히 시기면에서 주목된다. 지난달30일 전격적으로 소집된 당중앙위원회에서「고르바초프」는 당내보수세력이었던 「리가초프」 를 제거하고 개혁체제를 확대, 강화했다.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정통주의자를 제거한 장본인이 곧바로 교조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김일성을 찾게된 것은 극적이라고까지표혀할수 있다.냉전시대의
소련외교를 주도해왔던 「그로미코」 대신 「고르바초프」가 직접 북한을 방문하는것은 시사하는바가 많다.
85년 등장한 이래 「고르바초프」는 대내적으로는 페레스트로이카를 추진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2차대전이후 냉전구조를 대신할 새로운 국제질서 창출을 제안하면서 아시아부평양권의 일원으로서의 소련의 존재를 강조해왔다.
이를 위해 소련은 86년7월 블라디보스토크 선언에서 대중국관계 정상학를위한 기초를 마련한데 이어 지난달 16일에는 크로스노야르스크 선언을 통해한반도및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정착을 위한 7개 기본원칙을 제시한바 있다.
그러나 한반도가 남북한및 동서양진영 대결의 장으로 머물러 있는한 「고르바초프」 외교의 돌파구가 없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와 관란하여 배한이 지금까지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대해 소련이 「한반도 정세의 전반적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소의 화해분위기와 관련해서도 양국은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겅쟁적 관계보다는 북한을 좀더 개방사회로 유도하려는 협조관계를 모색하는 단계에 접어든것으로볼 수 있다.
한·헝가리 외교관계 수립 사실을 북한건국기념일에 잠석하는 헝가리 대표를 통해 북한에 통고했던점에서도 동구권의 대한접근 배경에 있는 소련의 의중을 읽을 수 있다.
현재 소련을 방문중인「차우셰스쿠」 루마니아 대통령에게 「고르바초프」 는 『동서경제협력의 외면을 시대착오』 라고까지 단언했다.
동구권에서도 족벌체제에의한 보수적 성향으로 이름높은 「차우셰스쿠」 에 대한 이같은 발언은 「고르바초프」 가 평양을 방문해서취할 태도라고 간주해도무방할 것이다.
「차우셰스쿠」 는 모스크바방문을 끝내면 10월 중순평양을 방문키로 되어있어「고르바초프」 의 의중은 그의 방문에 앞서 전달될 것이다.
그것은 북한·소련의 관계가 군사·정치적 성격으로 부터 개혁·개방을 위한 동반자로 전환할 것을권유하면서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른 북한의 불안을 보강하는 것으로 일단 예상해 볼 수 있겠다.<전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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