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직원 구호에 놀란 북한 초병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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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금강산 건설현장에서 현대 직원들이 외치는 구호에 이의를 제기했다.

북측은 지난달 21~24일 평양에서 열린 제18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건설 현장의 근로자 작업 구호를 문제 삼았다. 북측의 주장은 '구호 내용이 자극적인 것으로 들렸다'는 것이다. 다음은 1일 통일부 당국자가 밝힌 사태의 전말이다.

금강산 작업 현장에선 안전 재해를 막자는 취지에서 구호 또는 함성을 외쳐왔다. 예컨대 구호로는 '전(全)공정 무(無)재해'가 있으며 작업 환경에 따라 필요한 내용을 추가한다. 예컨대 바람이 심한 날은 '바람 조심하자'고 선창하면 근로자들이 '좋아좋아'하는 식으로 답한다. 또 선창된 구호의 내용에 따라 '싫어싫어'로 답하는 사례도 있다.

그럼에도 북측 관계자는 평양 회담장에서 구호 내용에 대한 확인 작업을 요청했다. 우리 측은 건설현장 쪽에 확인한 다음 "문제될 만한 내용이 없었다"고 설명했으며 북측도 오해를 풀었다. 북측은 또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참사가 면회소 건설현장을 찾아 별도의 확인작업을 벌였다고 한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건설 현장 관계자는 "근로자 120여 명이 작업을 시작하기 전인 오전 6시50분에 체조를 하고 함성을 지른다"고 해명했다. 이를 본 북한 군 초병들이 "이상한 소리를 외치며 손가락질까지 한다"고 보고했고, 상부에서 "반공 구호를 외친 것 아니냐"는 의심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북한은 요즘 면회소 건설현장 옆에 군 초소까지 마련해 남측 근로자들의 구호.함성 내용을 감시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금강산 면회소 현장 관계자들을 격려한 뒤 "우리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군 지역이어서 민감하게 듣는 것 같다. 유의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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