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 서울구치소 1.36평 독방서 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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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28일 밤 10시30분 구속이 집행돼 1.36평의 구치소 독방에 갇혔다. 법원의 확정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받는 '미결수용자'가 된 것이다. 정 회장은 이날 밤 영장이 발부된 직후 검찰이 준비한 승용차로 경기도 의왕의 서울구치소로 옮겨졌다.

정 회장은 다른 수용자들과 마찬가지로 간단한 신원 확인 절차와 신체검사를 거쳐 구치소에 입감됐다. 가슴에 수용자 번호가 찍힌 갈색 수의를 지급받았다. 그는 갈색 수의 대신 자비로 하늘색 수의를 사서 입을 수도 있다.

구치소에는 1평 미만의 독거실부터 4~5명이 함께 사용하는 3.5평짜리 방까지 여러 종류가 있다. 정 회장은 다른 유명인들과 마찬가지로 1.36평짜리 일반사동 독방에 수감됐다. 독방에는 TV와 수세식 화장실, 세면기, 식탁을 겸할 수 있는 작은 책상이 있다.

정 회장은 29일부터는 구치소 일과에 맞춰 오전 6시20분 기상해 하루 세 번 국과 두 가지 반찬이 곁들여진 식사를 하며 오후 8시20분 잠자리에 든다. 검찰 조사가 있는 날은 대검 중수부에 불려 나간다. 오전 9시~오후 4시 사이에 하루 한 차례 10분~15분간 외부인과 면회할 수 있다. 변호인의 접견은 횟수와 시간 제한 없이 가능하다. 그룹의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정 회장이 직접 옥중 결재를 할 수도 있다. 특별면회를 할 경우 30~40분간 외부인 접견이 가능하다. 서울구치소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 국정원 도청 사건의 신건.임동원 전 국정원장 등 거물급 정치인들이 거쳐간 곳이다. 최태원.손길승 SK그룹 회장,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등 경제인들도 수감생활을 했다.

정몽구 회장의 동생인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도 1992년 현대상선 탈세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적이 있다. 형제가 모두 악연이 있는 장소인 셈이다. 구속적부심이나 보석, 구속집행정지 등을 통해 석방된 상태에서 재판받을 수도 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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