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끌이 연휴'… 당신의 휴테크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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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에서 근무하는 장혜원(27.여)씨는 요즘 수시로 달력을 넘겨본다. 29일 시작되는 '황금 연휴'가 바짝 다가왔기 때문이다. 장씨는 이 기간에 싱가포르로 '맛 기행'을 떠날 예정이다. 항공권과 숙박 예약은 두 달 전 마쳤다. 장씨는 "여행 계획을 짜느라 회사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달 말부터 평일을 끼고 사흘씩 모두 두 차례 쉴 수 있는 '쌍끌이 연휴'가 다가오면서 직장인들이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다. 상당수 직장에서 29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9일 중 3일 쉬고, 3일 일하고, 3일 다시 쉬게 된다. 노동절인 5월 1일(월요일)과 어린이날(5일.금요일)이 모두 주말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5월 2~4일에 연차를 사용한다면 연휴는 9일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 '휴(休)테크'열풍=쌍끌이 연휴를 알차게 보내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일본.중국.동남아 등 단기 해외여행이 큰 인기다. 유통 회사에서 일하는 김모(30)씨는 "쌍끌이 연휴에 중국으로 여행가기 위해 올 초부터 직장 동료들과 계(契)를 만들어 꾸준히 돈을 모았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쌍끌이 연휴 동안 일본.중국.동남아 지역의 항공권 예약률이 80~90%로 지난해(50~70%)보다 크게 늘었다. H투어 관계자는 "일본 노선은 지난해보다 5~10배 정도 예약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연휴 중 외모 가꾸기를 하려는 '웰빙파'도 있다. 3~4일이면 회복이 가능한 지방흡입술과 코 성형 등이 인기다. 서울 강남지역 성형외과의 경우 1~2주 전부터 연휴 기간의 예약이 거의 찬 상태다. N성형외과 심형보 원장은 "평소 주말보다 예약률이 30% 이상 늘었고 문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복지기관 등을 찾아 뜻 깊은 연휴를 보내려는 '봉사파'도 보인다. 직장인들의 봉사 모임인 다음 카페 '사회봉사 클럽' 회원 40명은 사회복지시설 방문 행사를 벌인다. 회사원 김혜용(24.여)씨는 "편히 쉬기도 어려운 분들을 돌보면서 보람 있는 연휴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연휴 기간을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간으로 삼겠다는 '수련파'도 늘고 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하는 템플 스테이(사찰 생활체험 프로그램)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예약률이 30% 이상 증가해 신청자가 400~500명에 이른다. 순복음교회가 주관하는 특별수련회(5월 3~6일)에도 직장인 신청자가 4월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학습파'인 회사원 최모(29.여)씨는 "회사 생활에 쫓겨 자기 계발에 소홀했는데 영어 공부를 하며 연휴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주 영어 마을을 방문하고, 인근 도서관에서 토플 공부를 하기로 했다. 파주 영어마을 관계자는 "연휴 기간 방문객이 적정 수용 인원(5000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돼 파주경찰서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특별 경비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쌍끌이 연휴도 양극화=26일 취업 포털 커리어가 전국 14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20% 정도가 노동절을 휴일로 정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특히 벤처기업의 경우 39.7%가 '쉬지 않는다'고 답했다. 연휴 동안 1~2일만 쉰다는 회사원 김정미(27.여)씨는 "휴일도 없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이번 쌍끌이 연휴는 먼 나라의 얘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강현.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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