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국 파병…'사공'많은 이라크 다국적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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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사공' 많은 이라크 다국적군이 '이라크호'를 산으로 끌고 있다. 각국에서 파견된 군인들이 말이 통하지 않아 작전수행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으며, 아군끼리 전투를 벌이는 위험도 있다.

미 시사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 최신호(22일자)는 2주 전 폴란드가 지휘하는 다국적군 사단이 이라크 남서부 5개 지역의 작전권을 미 해병대로부터 넘겨받은 후 의사소통과 교전규칙.장비에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사단은 19개국 8천2백여명의 군인으로 구성돼 있다.

◇말이 안 통한다=한 미군이 무전기로 기지에 연락을 취한다. 연락을 받은 미군은 지휘관을 찾아 보고한다.

지휘관은 폴란드 지휘본부로 간다. 거기서 영어를 할 줄 아는 군인에게 상황을 설명한다. 이후 폴란드 군인들은 불가리아 군인들에게 모든 언어를 동원해 상황을 설명한다. 현재 카르발라에서 다국적군이 연락을 주고받는 실제상황이다.

카르발라에는 미군과 불가리아 군인 외에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 그리고 덴마크 군인도 폴란드 군대와 함께 도시를 지키고 있다. 여기에다 일차적인 법질서 유지 책임은 이라크 경찰의 몫이다. 그러나 이들 간에 말이 통하지 않아 작전수행에도 손발이 맞지 않는다. 중간 지휘관들은 무선 주파수도 달리 쓴다.

◇기동력.경험.장비 부족=최근에는 칼로 무장한 수백명의 이라크 군중이 한 경찰서 밖에서 미군이 시아파 성직자의 경호원들을 강제 무장해제시킨 데 항의하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발생했다.

경찰서 안에 있던 미군 헌병들은 즉각 다국적군에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폴란드 군대는 오는 도중 길을 잃어 지원요청이 있은 지 한시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불가리아 군인들은 출동과정에서 명령전달 체계에 혼선이 있었다며 더 늦게 왔다.

해외작전 경험도 부족해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온 3백2명은 이번이 첫 해외 파병이다. 장비부족도 문제다.

지난주 야간 투시경 없이 야간경계를 서던 폴란드의 한 병사는 옆 건물 옥상 위에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순간 옆에 있던 지휘관이 "쏘지 마라. 미군이다"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가까스로 오인사격의 위기를 모면했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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