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문대에 6남매 보낸 전혜성씨 자녀교육 책 펴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6남매(2남 4녀) 모두를 미국 명문 예일대와 하버드대에 보낸 어머니. 부모를 비롯해 가족이 받은 박사 학위가 11개에 이르는 소위 '엘리트 가문'의 안주인. 자신도 이화여대 영문과 재학 시절 전액 장학금을 받고 도미, 보스턴대에서 사회학과 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고 후진 양성에 50여 년을 바친 엘리트 여성이다. 미국 교육부는 이 가족을 '동양계 미국인 가정교육 연구대상'으로 선정했다.

자녀를 둔 엄마라면 당연히 그 비기를 전수받고 싶을 것인데 그의 자녀교육론은 의외로 담백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사람, 재능보다는 덕이 앞서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습니다. 남을 돕고 섬기는 가운데 자신의 발전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있다. "자신을 송두리째 버리고 자식에게 모든 걸 쏟아붓지 맙시다. 부모가 치열하게 사는 모습에서 자식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배웁니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 시절 국무부 인권 담당 차관보를 지냈고 현 예일대 법대 학장으로 재직 중인 고홍주씨의 어머니로 잘 알려진 전혜성(77)씨가 바로 그 사람이다. 최근 자신의 자녀교육 철학을 담은 '섬기는 부모가 자녀를 큰사람으로 키운다'(랜덤하우스중앙) 출간에 맞춰 내한한 그를 25일 만났다.

그는 "어려서부터 타인과 사회를 섬길 줄 아는 사람이 21세기가 요구하는 리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큰아들 경주씨 얘기를 꺼냈다. 그는 예일대 의대를 나와 매사추세츠주 보건후생부 장관을 지내고 현재 하버드 공공보건대학원 부학장이다. "경주는 학교에서 예방의학을 전공했어요. 그런데 인턴 시절 거액의 연구비를 받게 됐다고 전화를 했더라고요.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라고 해서 비인기 분야였지만 묵묵히 하다보니 이렇게 연구비를 받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전업주부든 직장여성이든 부모가 자신만의 세계를 갖는 것이 교육적으로 좋다고 말했다. "엄마들도 열심히 공부하고 취미를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자녀들과 할 얘기가 많아집니다."

그는 엄마가 아이의 사교육에 매달리는 한국 현실을 걱정했다. "한국 엄마들은 아이가 경쟁 대열에서 낙오하는 것을 두려워하지요.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사회에 나가서 제대로 설 수 있느냐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설 수 있게 하는 것이 참된 의미의 교육입니다."

글=기선민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