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북, 미군 유해 송환 임박 … 가시적 비핵화 조치 뒤따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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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덜루스 유세 현장에서 “이미 오늘 한국전쟁에 참전한 200구의 미군 유해(遺骸)를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앞서 CNN 등의 미국 언론은 북한이 최대 200구의 미군 유해를 ‘곧’ 송환할 것이라고 보도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더 나아가 ‘이미’ 유해를 받았다고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처럼 실제로 유해가 송환됐는지 또는 송환 절차가 시작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통상 미군 유해는 판문점을 거쳐 하와이 미 공군기지로 이송된다. 하지만 우리 국방부는 “아직 미군 유해를 넘겨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이 임박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나 외신 보도 간에는 시제(時制)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미군 유해 송환은 2007년 4월 판문점을 통해 6구가 전달된 이후 11년간 중단 상태다. 이번에 한꺼번에 200구의 송환이 이뤄진다면 역대 최대 규모다. 전사한 장병의 유해를 수십 년이 지나도 잊지 않고 챙기면서 고향에 데려오려는 미국의 노력은 국가의 책무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미군 유해 송환은 그래서 그 자체로도 평가해야 할 대목이다.

하지만 유해 송환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사항에 따른 첫 실천 조치라는 측면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당시 두 정상은 ①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②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③완전한 비핵화 ④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 등 4개 항에 합의했다. 공동발표문에 포함된 마지막 항목인 미군 유해 송환이 이뤄지면 북·미 간 신뢰는 한 단계 높아질 것이다. 문제는 한·미 양국이 연합군사훈련까지 일시중단하기로 했는데도 비핵화 시간표는 오리무중이라는 사실이다. 합의문 네 번째 항(미군 유해 송환)의 이행은 합의문 세 번째 항(완전한 비핵화)으로 넘어가기 위한 과정이어야 그 의미가 살아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