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소니 합작사 이끄는 LCD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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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 그리고 성공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목표를 높게 잡아야 성취도가 높다."

삼성전자와 소니의 합작사인 S-LCD 장원기(사진) 대표의 지론이다. 1998년 삼성전자의 충남 천안공장장이던 그는 일본업체보다 10년 늦게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 뛰어든 불리함을 극복하려고 7개이던'마스크'를 4개로 줄이는 신공정을 도입했다. 마스크는 유리기판에 전자회로를 씌우는 데 필요한 틀로 그 수를 줄일수록 공정이 단순해져 재료비와 생산 소요시간을 줄일 수 있다. 4 마스크 공정 도입 초기에는 품질과 생산성이 곤두박질치는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새 공정이 안착하면서 그해 처음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 제품 양산에 나선 지 3년 만이었다.

장 대표는 이런 뚝심을 무기로 지난해 4월 S-LCD의 7세대 라인에서 첫 제품을 출하한 뒤 반 년 만에 수율 90%와 월 생산 6만 장(유리기판 기준) 기록을 달성했다. 내년 초에는 월 생산능력을 9만 장까지 증대한다는 목표다.

삼성전자와 소니는 20억 달러를 더 투자해 8세대 라인 건설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두 회사에 패널을 반반씩 공급하는 S-LCD는 지난해 매출 2조원을 넘겼다. 올해엔 4조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했다.

이런 기세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1분기에 세계 LCD 시장에서 삼관왕을 차지했다. 24일 미국 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분기 LCD 전체 매출 33억4000 달러, 대형 LCD 분야 매출 28억6000만 달러, 대형 LCD 출하량 1240만 대로 모두 1위였다.

81년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장 대표는 코리아엔지니어링(현 삼성엔지니어링)을 염두에 두고 삼성그룹 공채시험을 봤다. 배치받은 곳은 삼성전자. 그는 "처음엔 그만 둘 생각을 하다가'반도체를 해 보라'는 주변의 권유를 받아들여 25년 동안 반도체와 LCD 공정 기술에 뼈를 묻게 됐다"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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