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의 상징 아이콘이 된 디즈니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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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필하모닉 음악감독 에사 페카 살로넨은 평소처럼 아침 리허설을 위해 아파트를 출발해 연습실.사무실이 있는 LA 디즈니 콘서트홀로 향했다. 음악감독실을 가려면 미로처럼 생긴 진입로 한 쪽에 마련된 아담한 정원을 통과해야 한다. 도로 쪽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공연 전후 관람객들의 휴식처로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디즈니 콘서트홀 건축비의 대부분을 기부한 월트 디즈니의 미망인이 평소 정원 가꾸는 것을 좋아해 디즈니 홀 군데군데 나무와 꽃을 심어 정원으로 꾸몄다.

사무실 입구에 도착했을 때 살로넨은 순간 눈을 의심했다. 세계적인 톱 모델 신디 크로퍼드가 검은색 란제리차림으로 사진 촬영을 하고 있지 않은가. 새로 출시된 란제리 광고를 찍기 위해 디즈니 콘서트홀을 찾은 것이다.

살로넨은 그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속옷만 걸친 크로퍼드의 몸매를 가까이에서 감상하는 행운을 누려서가 아니다. 디즈니 콘서트홀이 LA, 도시적 분위기, 삶의 질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다는 사실에 흐뭇했기 때문이다. 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요즘엔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동차 추격 장면을 찍을 때 디즈니 홀을 통과하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디즈니홀은 크로퍼드가 입은 란제리뿐 아니라 수많은 광고 촬영 장소로 인기"라고 말했다.

디즈니 콘서트홀 앞에서 찍은 국산 자동차 광고도 있다. 쏘렌토 기아 VGT 탄생편은 LA 디즈니홀 앞에 도착하는 것으로 끝난다.

디즈니 홀이 CF 로케 장소로 인기를 끄는 것은 디즈니 홀이 갖는 건축적, 문화적 상징 때문이다. LA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라는 것이다. 콘서트홀 특유의 고급스런 이미지도 한몫을 했다. 그동안 '애프터 선셋(After the Sunset)'등 LA 디즈니 홀을 배경으로 영화를 촬영하려는 시도도 많았다. '애프터 선셋'은 디즈니홀을 박물관처럼 촬영하려는 계획 때문에 '대관'을 거절당했다.

디즈니홀에서 촬영하겠다는 전화가 매달 적게는 20통, 많게는 40통이 걸려온다. 디즈니홀 사무국에는 촬영 관리부서까지 있다. 촬영 과정이 얼마나 복잡한지, 실내에서 찍는지 실외에서 찍는지에 따라 하루 2500 달러에서 1만5000달러의 요금을 내야 한다. 촬영할 때에는 디즈니홀 소속의 직원을 상당수 고용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까지 내걸었다. 예술의전당에서도 상업적 목적을 위해 옥외 공간에서 촬영할 때에는 소정의 요금을 부가한다. 소요 시간, 스태프 인원, 장비의 규모에 따라 요금이 다르다. 가령 음악광장에서 4시간 이내 10명 이내의 스태프가 영상을 촬영할 때에는 48만4000원이다. 예술의전당의 한 관계자는 "개관 초기에는 CF 촬영 문의가 많았으나 요즘은 뜸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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