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산문화제 등 5만 명 참가 성화맞이 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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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놀이마당의 성화맞이」라 할까,「축제박람회」라 할까. 활처럼 굽은 형산강 변 상대벌이 27만 포항시민들의 흥과 기다림의 열기로 들떠있다.
「하늘의 불」성화가 마침내 도착하는 3일은 경북 제1의 도시 포항에 개항 65년만의 최대 시민잔치가 벌어진다.
잔치마당은 포항종합경기장.
성화가 도착되기 전 오후 1시 5만 시민이 모인 가운데 유서 깊은 형산문화제가 개막되고 오후 8시 성화도착 30분 후에는 국내 최초의 대형 호돌이 조각상이 제막된다.
종합경기장 광장에 우뚝 선 호돌이 조각은 화강석으로 만든 높이6m, 폭2·4m의 크기. 범 민족올림픽추진 포항협의회(회장 이동대·48) 회원들이 낸 성금 3천5백만 원으로 지난 4월 조각가 김길도씨(50)가 5개월간의 각고 끝에「돌의 호돌이」를 깎아낸 것.
올해로 12회를 맞는 형산문화제도 예년 같지 않다. 규모나 내용에 있어 사상 으뜸이다. 참가인원만도 무려 5만 명이고 행사종목도 21가지. 가위 포항시민들의 축제박람회가 아닐 수 없다.
문화제는 예총 포항지부(지부장 신상률·58)와 포항문화원이 주관, 산하 연극·무용·문인·음악협회에서 분야별로 맡아 2개월 동안 정성을 쏟아냈다.
이종정 문화원장(57)은『예년엔 축제와 민속 등 2개 분야에 그쳐 명맥만을 잇는 정도였으나 올해는 예산만도 예년의 5배나 되는 6천5백만 원을 들여 성화맞이 경축행사까지 추가돼「장관」일 것이다』고 했다. 형산강에 오색만선 깃발을 단 어선 12척이 뱃고동을 울려 성화도착을 시민들에게 알리면 풍어와 안녕을 비는 동해 별신굿이 펼쳐지면서 성화맞이 행사는 막이 오른다.
이렇게 돋운 홍은 성화가 형산강을 따라 포항시로 들어서면서 성화맞이 축제가 절정을 이룬다. 한복차림의 포항시 여직원 1백50명이 두 손 모아 성화를 맞는 순간 포항무용협회회원 40명의 고색 담긴 화관무와 안동고교생 5백20명의 차전놀이가 어우러져「평화와 단결」을 연출해낸다.
21개 종목이 벌어지는 놀이마당은 종합경기장뿐만 아니다. 시내 동마다 시민들은 성화로에서 활활 타오르는「하늘의 불」과 함께 마당굿·농악판을 벌이며 밤을 지킨다.
형산강에 배 12척을 띄울 두호동 어촌계장 김자유씨(51)는『일생에 다시없을 성화맞이 용왕제에 나서게 돼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기뻐한다.
동해별신굿에 출연하는 인간문화재 김우출씨(65)는『이번만은 어깨놀림마저 예전보다 날렵하고 감회가 새롭다』며 멋진 한판을 장담했다.
포항의 성화맞이는 별나다. 영흥초등생의 고적대·포항여고와 중앙고의 밴드퍼레이드, 새마을지도자 9백 명의 봉송로 환영맞이 등 학생·시민 5만여 명이 참가하는 말 그대로「시민들의 올림픽」-.
새마을 부녀회장 문영숙씨(47)는『지난 5월부터 봉송로 주변 화단에 물을 주고 가꿔왔다』며『활짝 핀 꽃송이를 볼 때마다 성화를 맞는 것처럼 가슴이 뭉클거린다』고 한다.
시민 김만덕씨(52·대신동68의9)는『내 집을 가꾼다는 마음으로 자비 30만원을 들여 봉송로에 화분대 2개를 설치, 손수 가꾸며 성화가 지날 시간만 손꼽고 있다』고 했다.
성화맞이 준비에는 그 동안 전경환 전 새마을회장 비리사건으로 활동이 한때 주춤했던 새마을지도자들이 앞장서 돋보였다.
포항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 이명덕씨(53)는『회원들과 함께 불량광고물과 벽보 등을 치우면서 성화맞이와 더불어 거듭 태어나는 마음을 다졌다』고 말했다. 【포항=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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