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과외여론조사의 허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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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문교부가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하여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1일 발표된 뒤『과연 내년부터 대학생과외와 재학생의 학원수강이 허용될 것인가』에 학부형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 동안 몇 차례에 걸쳐 정치권으로부터 대학생 과외허용이 거론되기도 해 이 문제는 사회적 관심사가 됐다.
이를 반영하듯 문교부 관계 부서에는 최근「여론전화」가 빗발쳐 직원들이 일을 못할 지경이다.
이들 전화는『서민층 죽는 꼴 보려느냐』는 협박성 항의전화가 대부분인데,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에는『여론조사가 제대로 된 것이냐』는 항의성 문의전화가 많았다. 과외허용 여론이 높은 조사결과가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갤럽」측은 조사결과가 95%의 신뢰도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나 이번 조사가「국민여론조사」라는 점에서 과외에 관한 여론측정에 관한 한 타당성의 의문은 제기될 수 있다.
즉 인구비례에 의해 대상자를 뽑다보니 20대와 30대가 전체의 58·6%를 차지했고 중·고생이나 재수생이 있는 가구는 전체의 35·9%에 불과했다.
자녀교육의 당사자로서 과외문제를 절실하게 고민하지 않은 사람이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여론조사가 된 것이다. 결국 현실문제보다 원칙에 치우치는 반응을 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조사기관 측이「과외부분허용은 곧 전면허용의 결과를 초래한다」는 반응을 확인했으면서도 대안으로는 대학생과외 및 재학생의 학원수강 허용 등 부분허용을 제안한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며, 어떤 의도가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이쨌든 이번 여론조사는▲과외금지조치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의 정당성에는 부정적이며▲학부형의 과외욕구는 상당히 강한 편이나 이에 따른 경제적인 측면을 문제점으로 생각하며▲계층·연령·지역간에 뚜렷한 견해차를 나타내는 등 여러 시사점을 주고있다.
어쩌면 상반되기도 하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면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과외를 순수한 교육적 관점, 즉 학교교육의 정상화라는 측면에서 풀어가야만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교당국의 정책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한천수<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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