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전망」 속 불안감 여전|전문가 5명이 보는 9월 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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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올림픽을 앞둔 주식시장이 불안하다. 속수무책으로 연9일 하락세를 거듭하던 장세는 30일 자율반등으로 주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장을 부추길만한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9월의 장세를 보는 시각도 소폭의 회복국면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불안심리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 5명으로부터 올림픽이 열리는 9월의 장세를 알아본다.

<조동일(대우증권 전무이사)>
남·북한대화 가능성, 이란·이라크간 휴전의 성립, 올림픽의 임박 등 대형 호재가 있어 큰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던 8월의 주식시장이 그와는 정반대로 9일 연속 하락이라는 최근3년간의 하락기록을 세우면서 좀처럼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어 일반투자자를 적잖이 불안하게 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이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무엇보다 제2금융권에 대한 통화안정증권의 대량 할당으로 기관투자가의 주식수요 기반이 약화된데다가 계속되는 대규모 증자에 맞추기 위해 기존주주, 특히 대주주들의 매도물량이 쏟아지는 공급증가가 가중되어 주식시장의 수급균형이 깨어진 것을 들 수 있겠다.
여기에 최근의 정치적 사건들이 올림픽이후의 정국에 대한 불안심리를 가중시키고 있어 투자심리를 더욱 냉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종합주가지수 수준이 3개월 이전수준까지 밀려 충분한 조정을 이미 거친데다가 올림픽과 추석이 가까워져서 정부의 자금공급이 어느 정도 융통성 있게 운영되면 가수요가 증가되고 일반 투자심리가 살아날 전망인데다가 아직 우리 나라의 증시기반이 튼튼하므로 성급한 매도보다는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수도 고려해 보아야 할 때라고 하겠다.

<강선대(한신증권 상무)>
최근의 주식시장은 9일 연속 하락이라는 기록적인 약세 속에 극도로 침체된 투자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올림픽 이후를 우려하던 불안심리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침체의 주 요인은 단기적으로는 공급물량이 급증하고 있는데 비해 통화안정증권의 발행을 중심으로 한 통화환수책이 어느 때보다 강화됨에 따라 일시적으로 수급 불균형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긴축강화·평가절상·임금상승 등으로 앞으로의 경제상황이 상당히 불투명해보일뿐 아니라 현재 우리 나라의 주가수준이 경제의 좋은 여건을 이미 상당히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계속적으로 좋은 재료가 이어지지 못하는 재료의 공백상태를 가정할 경우 어느 정도 하락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불안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경제체질이 강화된 점 등을 감안하면 최근과 같은 주가전망에 대한 불안심리는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9월의 장세는 8월의 단기급락 충격에서 벗어나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일정한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회복국면이 예상된다.

<김기주(럭키투자 자금이사)>
9월의 증시는 신규상장물량의 소화력에 따라 초반약세 후반강세의 장을 그릴 것 같다.
시가발행할인율축소, 통화안정증권발행한도확대, 미수금강제정리, 저조한 12월 법인의 반기실적발표 등 악재가 한꺼번에 몰려 3개월 가까이 조정을 보였는데 이들은 이제 주가에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9월 들어서도 증자신주의 물량상장과(싯가로 약2조5쳐둬「원) 추석자금수요가 있어 수급면을 낙관만 할 수는 없겠으나 지난 5월 중순의 은행신주상장 때와 같이 신주상장물량의 소화가 이루어지면 투자자들은 주가에 대해 확신을 갖게될 것이고 또 주가가 바닥권에서 반전되면 매물출회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9월에는 올림픽이라는 역사적인 스포츠행사가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투자분위기가 호전됨으로써 적어도 올림픽기간 중에는 더 이상 하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심리가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남중(용쌍투자증권 이사)>
최근 증시의 투자심리는 극도로 위축되어 있는 상황이다. 올림픽 이후의 막연한 불안심리가 저변에 깔린 상황에서 공급물량과다에 따른 수급불균형우려와 기관의 자금경색에 따른 증시개입능력의 결여 등 요인에 기인한다.
기본적으로 주가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공급측면을 보면 9월중 유상증자 불입액은 4천2백억원 수준으로 8월의 1조4천3백억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할 수 있으나 대신에 9월 중에는 신주 상장물량이 2조4천억원에 달해 상당한 부담요인이 된다. 반면 수요측면은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투기억제대책으로 기대가 컸던 부동자금의 증시유입이 부진한데다 고객예탁금도 하루평균 1백억원 수준씩 감소추세에 있어 증시주변의 자금사정도 악화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수급균형을 이루고 있는 수요진작책이 선행되지 않는 한 크게 위축된 투자분위기가 회복되기에는 상당기간이 필요해 보인다.
일단 올림픽 전까지는 종합주가지수가 1백50일 이동평균선을 오르내리는 약보합국면이 예상되나 올림픽후의 주가는 그간 축적된 에너지를 바탕으로 상승세가 예상된다.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아직도 경제의 기본은 견고한데다 올림픽을 계기로 경제사회의선진화와 교역상대국의 다변화 그리고 증시의 국제화가 앞당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임조홍(동서증권 이사)>
수급은 재료에 앞선다고 하는 시장의 논리라든가 올림픽이후의 경기나 정국에 대한 막연한 우려 등이 8월 이후 장세침체를 부추겨왔다.
7∼8월 중 유상증자와 공개물량이 2조3천7백여원으로 두 달간의 발행물량이 작년 1년간의 발행규모를 상회하고 있고 8월 들어 대폭적인 통안 증권 발행(3조2천4백억원)으로 기관투자가의 자금수급에 장애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란·이라크 종전, 부동산 투기 규제와 같은 호재에도 과중한 물량부담이 주가수준을 5월 이후최저상태로 끌어내렸다.
경제여건이 삼고로 바뀌고 성장세의 둔화와 함께 해외주가도 일제히 반락하는 등 증시 주변상황이 불리해진 면도 있지만 9월 들어서는 유상증자 등 자금수요가 8월의 3분의1 수준으로 줄어들고 통안증권부담이 다소 가벼워지리라고 예상된다. 또 제반 불안요인들은 이미 지난 몇 개월간의 조정국면에 상당부문 주가에 반영되었고 올림픽이후 대공산권 교역확대와 1백억달러 규모의 경상수지흑자 등 만만치 않은 재료도 있어 장기적으로 증시의 대세는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시장지표도 지난 두 달간 바닥권을 가리키고 있어 단기적으로 9월 한 달은 반등세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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