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측량선 파견 늦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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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상보안청 소속 측량선 메이요(明洋·550t)호가 19일 오후 동해에 접한 사카이항을 출발하고 있다. 오른쪽 가이요(海洋·550t)호는 두 시간 뒤 출항했다. 두 측량선은 일단 항구를 나와 앞바다에 정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카이항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의 한국 측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 조사를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양국 정부가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막바지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19일 밝혀졌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한.일 간에 외교 경로를 통해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며 "일본이 탐사계획을 즉각 철회하면 그 바탕에서 여러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관방장관도 기자회견에서 "원만한 해결을 도모하고 싶다"며 "그런 관점에서 한국 측과 접촉 중"이라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19일 밤 아베 장관에게 "냉정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장관은 이어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 등과 심야대책회의를 열고 측량선을 즉각 독도 인근 수역에 보내지 않고 당분간 한국 측 대응을 지켜보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사카이(境)항 앞바다에 정박 중인 해상보안청의 측량선 두 척은 당분간 대기 상태를 유지할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어 일본의 한국 측 EEZ 내 조사를 '주권에 대한 도발 행위'로 규정하고 실행에 옮길 경우 단호히 대처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는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 역사교과서 문제, 독도 문제 등 일련의 상황을 포괄적으로 보며 대응하기로 했다"며 "일본이 탐사 계획을 즉각 철회하는 것만이 이번 사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 일본 측량선 사카이항 출항=일본의 해상보안청 소속 해양조사선 두 척이 19일 오후 돗토리(鳥取)현 사카이항을 출항했다. 그러나 독도로 당장 향하지 않은 채 일단은 사카이항 앞바다에 정박 중이다. 정부 당국자는 "문제의 측량선이 사카이항에서 급유를 받은 후 항구 인근의 해상에서 대기하기 위해서 항구를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아베 관방장관은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 "(한국에) 나포당해서는 곤란하다"며 한국 측이 강력한 저지에 나설 경우 무리하지 않고 사카이항으로 회항시킬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일본 자위대는 아직 특별한 움직임이 없으며, 18일 동해에 인접한 마이즈루(舞鶴)항 앞바다에서 매년 이 시기에 하는 연례 해상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박승희 기자,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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