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now] 여성 복장 단속 나선 이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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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이란 여성이 수도 테헤란의 커피숍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테헤란 로이터=뉴시스]

이란 수도 테헤란의 여성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복장이 ‘불량한’ 여성을 대대적으로 단속할 것이라는 경찰의 발표 때문이다. 모르테자 탈라에이 테헤란 경찰청장은 19일 “이슬람 정신에 어긋나는 복장을 한 여성들은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탈라에이 청장은 엄격하면서도 다양한 준수사항을 열거했다. 우선 외국인을 포함한 모든 여성은 얼굴과 손을 제외하고 온몸을 덮는 긴 옷을 입어야 한다. 하지만 헐렁한 것이어야 한다. 딱 달라붙는 바지와 코트를 입은 여성은 단속 대상이다. 히잡(머리두건) 밖으로 머리카락이 나와서도 안 된다. 최근 헐렁한 히잡에 염색한 앞머리를 약간 내놓는 여성이 늘어나면서다. 맨발이 노출돼서도 안 된다. 양말은 반드시 신어야 한다.

애완동물을 데리고 거리와 공원을 산책해서도 안 된다.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라는 얘기다. 빈민가 뒷골목과 공원을 중심으로 점차 늘어가는 매춘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도도 숨어 있다.

특별단속반은 여경을 포함한 50명으로 구성된다. 단속 대상도 다양하다. 단정치 않은 복장을 한 여성을 태운 택시기사도 처벌 대상이다. 옷감 수입업자, 양장점 주인들도 조심해야 한다. 투명하거나 야한 천을 수입하거나 신체 노출이 두드러진 옷을 만드는 사람들도 체포될 수 있다. 소음 공해도 단속할 예정이다. 차량 안이라도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 젊은이들도 단속된다. 특히 서양 음악을 크게 틀었을 때는 "심각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경찰청장은 강조했다.

이 같은 조치에 젊은 여성들은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야스민'이란 아이디(ID)를 쓰는 여대생은 "21세기에 옷차림까지 간섭하며 단속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는 "대통령의 깔끔한 용모를 모두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한 여성은 "개혁파 모하메드 하타미 대통령의 지난 8년간 집권기간이 그립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복장에 대한 단속조치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강경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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