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뮤지컬 '콘보이쇼' 한국 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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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독도 문제로 한.일 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현재, 공연계는 영 딴판이다. 쿵짝쿵짝 손발이 척척 맞는 작품이 있으니 바로 '콘보이쇼'다.

'콘보이쇼'는 18년간 일본에서 꾸준히 공연된 히트 상품. 40만명의 관객을 끌어 모았다. 출연진들이 연기.댄스.노래를 모두 소화해 언뜻 보기엔 뮤지컬 같지만 미국 브로드웨이식과는 다르다. 통일된 이야기를 위해 적절히 스며들기보다 각 장르의 고유한 특성이 명확히 드러난다. '신개념 뮤지컬'이란 용어가 더 적합해 보인다.

이 작품이 한국 무대에 올려진다. 일본 배우가 아닌 한국 배우들이다. 일본 연출진은 지난 1년간 서울을 들락거리며 배우들을 뽑고, 훈련시켰다. 한국 공연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일본으로 건너간다. 국경을 넘나들며 무대에 올려지고, 제작.연출이 함께하는 새로운 시도에 한.일 공연계가 주목하고 있다.

# 예비란 없다

"너희 이제부턴 춤 연습 하지마. 내 속이 터진다 터져!"

18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 있는 한 건물 지하 연습실. '콘보이쇼'의 국내 연출을 맡은 '스타의 대모' 최형인 교수(한양대)의 목소리가 칼칼하다. 이를 물끄러미 쳐다 보고 있는 이는 원작자 이마무라 네즈미(50). 1986년 초연 때부터 연출을 맡고 직접 출연하는 등 18년간 키워왔다. 지난 여름부터 아예 한국에 터를 잡고 총연출을 맡아왔다.

이어진 춤 연습. 록비트에 맞춰 춤을 추는 7명 출연진들의 모습은 전문 댄서 이상이다. 하늘로 쭉 날아 올랐다가 곧바로 회전하는 고난도 기술을 일사불란하게 보여준다. 격렬함에 소름까지 돋을 정도다. 언뜻 보아도 부상이 많을 듯 싶다. 그런데 이 공연엔 언더(부상.사고에 대비해 대기 중인 출연진)가 없다. 7명이 공연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네즈미는 "이 작품엔 출연진의 사적인 스토리가 녹아 있다. 일본에서 18년간 같은 멤버로만 '콘보이쇼'가 이어온 것도 이 때문이다. 다쳐도 어쩔 수 없다. 그것도 숙명"이라고 말한다.

# 일본을 집어삼켜라

작품엔 거창한 이름이 많이 나온다. 플라톤.칸트.프로이트…. 시대를 풍미한 철학자의 이름을 별명으로 가진 출연진들은 각각의 철학을 대변하면서 자신의 고민을 토로한다. 그러면서 자아를 발견해 간다. 겉은 시끌벅적하지만 내면엔 철학적 사유가 깃든, 꽤 수준 높은 작품이다.

'콘보이쇼'는 다음달 5일부터 서울 백암아트홀에서 보름간 공연된다. 5월 말부터 도쿄.오사카 등 일본 12개 도시 순회공연. '콘보이쇼' 국내 제작사인 옐로우나인 문일옥 대표는 "18년간 같은 배우들이 출연하면서 일본에서도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팽배했고, 그 기회를 한국 배우들이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네즈미는 "하나가 될 때의 에너지에 가끔씩 소스라치게 놀란다. 일본 배우와 다르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한국판 콘보이쇼'가 열도를 휘어잡을지, 지금 출발선에 서 있다. 02-3444-9969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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