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3차 실무접촉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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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판문점=허남진 기자】22일 판문점에서 얼린 남-북 국회회담 3차 접촉에서 양측대표들은 회의벽두『서로 양보해 좋은 결실을 맺자』고 다짐했으나 양측 주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어 결국 회의는 입씨름만 거듭하다 수석대표들간의 비공개단독요담으로 전환. 다음은 이날 접촉의 쌍방대화내용.
▲전금철 북한측 단장=두 차례 상봉에서 의견이 접근돼 쌍방의 합치 가능성은 열렸다. 제일 어려운 문제는 형식과 관련된 것으로 귀 측이 연석회의를 인정한 발언에 유의한다. 의제도 접근의 가능성을 보였다.
귀 측의 수정제의는 1차 제의와 차이가 없다. 문제를 풀겠다는 것이 아니라 수정안을 내놓았다는 선전적 목적에서 나온 것이다.
의제문제에 있어서도 귀 측의 수정안은 군더더기만 포함시켰다. 불가침 권고는 공동선언으로 채택하면 저절로 해결된다.
소수의 대표회담을 주장하고 연석회의 개최일시와 관련, 우리측의 26일 개최 제의를 29일로 늦춘 것은 내·외국인들의 기대와 관심에 실망을 안겨 주었다.
▲박준규 우리측 수석대표=2차 접촉 때 북측이『KBS가 회담결과를 비관적이라고 앞질러 보도했다』고 주장한데 대해 KBS의12시30분 방송은 없었다. 이 문제를 갖고 항의하는 것은 회담분위기를 어지럽히는 것이다.
연석회의에 대해 호의적으로 말한 적은 한번도 없다. 기록을 정확히 봐 달라. 의제도 합의된바 없다.
2차 접촉 때 우리는 형식과 의제에서 대폭 양보한 수정안을 내놨다. 대표회담은 3년 전에도 남북이 합의한바 있지 않느냐.
1천명이 모이는 회담이란 군중대회일 뿐이다.
29일 올림픽문제만을 논의하자는 긴급의제는 그것이 당장 남북정치인들이 해결해야 될 일이기 때문이다.
▲전 단장=연석회의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는가.
▲박 수석대표=인정한 적 없다(이때「연석회의」와「합동회의」등 용어문제로 한동안 논란..
▲전 단장=어제보다 더 후퇴한 것 아닌가. 귀 측에서 수정안을 내놓았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수정안으로 보지 않는다. 내용을 수정해야지, 용어나 수정해서는 수정안이 아니다.
본질문제는 외면한 채「연석회의」「올림픽공동개최」등 용어의 해석문제를 둘러싸고 고성이 오가는 등 설전을 거듭한 이날 회의는 결국 아무런 결실을 보지 못한 채 오후1시27분단장끼리의 막후접촉여부에 대한 결정만을 남겨 놓은 채 산회.
혼탁한 분위기 속에서 논란이 계속되자 북측 전 단장이『연석회의가 아니면 올림픽문제도 다룰 수 없다』며『해결이 나지 않으니 다시 연락하자』고 끝낼 것을 제의.
이에 우리측 박 수석대표가 언성을 높이며『다음 회담의 성과를 위해서도 나와 전 단장이 오늘 오후에라도 단둘이 한번 만나자』고「막후접촉」을 제의.
북측 전 단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고 다음 접촉날짜를 알려 달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고 이에 박 수석대표와 박관용 대표 등 이『무슨 일이 있더라도 수석대표끼리 만나 툭 털어놓고 얘기를 해보자』고 끈질기게 막후 접촉을 제의하자 전 단장은『식사 후 오후에 이에 대한 우리측 입장을 알려주겠다』고 답해 양측은 악수를 교환하고 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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