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의모터스포츠월드] 자동차 경기는 신기술 인큐베이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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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흔히 모터스포츠는 자동차 신기술의 인큐베이터라고 말한다. 1885년 가솔린 자동차가 등장한 이후 얼마나 잘 달리느냐가 신기술의 바로미터였다. 모터스포츠에 사용된 기술은 양산차에 바로 접목됐다. 지금도 모터스포츠는 양산차 개발의 시험 무대다. 자동차 경주 코스는 어떤 주행시험장보다 까다로워 자동차 성능을 가늠하는 장소로는 안성맞춤이다.

1950년 이전까지는 사륜구동 기술이나 터보엔진, 지금은 자동차의 기본이 된 알파로메오의 DOHC 엔진 등 기계공학을 이용한 신기술이 모터스포츠를 이끌었다. 2000년 이후에는 전자기술이 자동차 기술에 많이 접목됐다. 각종 센서를 이용한 전자장치와 공기역학 또는 신소재를 사용한 경주용 차가 양산차 기술개발의 산파 역할을 했다.

80~90년대 포뮬러1(F1) 경주는 안전한 코너링을 돕는 각종 기술이 선보였다. 주행 중 돌발상황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장치뿐 아니라 사고 위험에서 운전자를 보호해 주는 전자식 서스펜션 또는 브레이크 장치, 빙판 길이나 비가 올 때 바퀴의 헛돎을 방지하는 트랙션 컨트롤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모터스포츠에서 우승한 자동차의 생산업체는 어떤 이득을 볼까. 우선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지고 판매가 늘어난다. 그래서 '일요일은 경주하고 월요일에는 차를 판다(Win on Sunday, Sale on Monday)'라는 말이 생겨났다. 벤츠는 모터스포츠의 우승에 힘입어 대표적인 럭셔리카로 자리매김됐다. 52년 세계 최초의 직접분사방식 엔진과 최고 시속 250km를 낼 수 있는 경주 차를 개발한 벤츠는 미국 로드레이스, 밀레 밀리아(1600km를 달리는 이탈리아 경주), 24시간을 쉼 없이 달리는 르망 레이스에서 거푸 우승했다.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이 차는 엘비스 프레슬리, 소피아 로렌 등 유명인사들이 앞다퉈 사들여 화제가 됐다.

핸들 뒤에 달린 막대기 모양의 패드로 기어를 변속하는 기술도 모터스포츠에서 나왔다. 89년 페라리 F1팀이 이를 처음 사용했는데 선수가 핸들에서 손을 떼지 않고 빠르게 변속을 할 수 있는 점 때문에 인기를 끌었다. 이 기술은 97년 페라리 F355에 처음 장착됐다.

이승우(38)씨는=모터스포츠 전문가다. 한양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에서 역사학 박사과정을 밟다가 포뮬러1(F1)에 빠졌다. 모터스포츠 마케팅 업체인 ㈜이앤아이에스 대표이자 MBC-ESPN F1 해설위원이다. 인제 국제 자동차경주장과 여주 스피드파크 국제 자동차경주장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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