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 꽃뱀이 돌아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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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물든 남산
남산에 봄빛이 완연하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과 진달래가 물감을 풀어놓은 듯 남산을 수놓고 있다. 주말을 맞아 전국의 주요 놀이공원에는 상춘객들이 몰려 극심한 교통 체증을 빚었다. 변선구 기자

'꽃뱀을 보려면 서울 남산으로 가라'.

최근 남산 야외식물원 부근에서는 유혈목이(일명 꽃뱀)의 허물이 자주 발견된다. 혀를 날름거리며 지나는 유혈목이를 보고 깜짝 놀란 식물원 직원과 등산객도 적지 않다. 2004년 6월 남산 북측 순환로 근처에서는 까치와 유혈목이가 30여 분 영역다툼을 벌이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남산에 서식하는 동식물의 종(種)이 늘면서 자연 생태계가 되살아나고 있다. 서울시 남산공원관리사업소는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남산의 생태계를 조사한 결과 도롱뇽.산개구리 등 희귀 동물 외에도 유혈목이와 멸종 위기동물인 새홀리기.말똥가리 등 모두 181종의 생물(곤충류 제외)이 서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남산 생태계가 회복함에 따라 맹금류인 새홀리기와 말똥가리가 먹이를 구하기 위해 외곽에서 도심으로 옮겨온 것으로 사업소 측은 추정하고 있다. 1990년 '남산 제모습 가꾸기'사업 당시 양서류 등 기타 동물은 설치류(쥐)뿐이었으나 다람쥐.청설모 등 6종으로 늘어났다. 야생조류는 86년, 95년 조사에선 각각 24종, 29종이 발견됐으나 이번에는 35종 1458마리가 확인됐다. 식물은 자생종 108종을 비롯해 귀화종 5종, 외래종 25종 등 138종이 발견됐다.

특히 생태계의 건강성 지표로 활용되는 자생초 군락은 2000년 애기나리 등 3종 29개소에서 남산제비꽃.둥굴레.원추리 등 10종 117개소로 늘었다. 남산 도시자연공원 부근에서는 장뇌삼까지 발견됐다. 남산의 지력이 장뇌삼을 길러낼 만큼 충분히 회복된 것이다. 자생초 군락이 증가한 대신 황폐화된 토양에서 잘 자라는 서양등골나물은 2000년을 고비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카시아 나무가 줄고 신갈나무는 증가했다.

서울시 최용호 푸른도시국장은 "자생초 군락 중 대사초와 물봉선은 자연이 잘 보전된 습지지역에서 잘 자라는 식물로 이들 군락은 남산의 자연성이 회복되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retalia@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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