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강경대응 배경과 이후 과제 |철도파업 타율정상화… 불씨 그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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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철도사상 처음인 기관사파업사태는 정부의 강경대응과 등돌린 국민여론에 따라 예상보다 빨리 정상화로 돌아섰다.
법상 단체행동이 금지된 공무원신분의 국영사업체 근로자들이 노조의 단체협약안을 거부하고 자기네 직종만의 별도교섭단체를 임시로 구성, 따로협상을 벌이다 그 교섭단체가 수락한 협약안마저 다시 백지화해 파업에 돌입한 사태는 명분을 잃었을뿐 아니라 보기에 따라 「국기를 흔드는 중대사태」로까지 지적된다. 또 다른 공공기관으로의 불법쟁의 사태파급을 막기위해 정부가 강경한 진압에 나서게된 이유다.
그러나 파업사태에까기 이른 배경에는 기관사들의 근무조건과 처우에 대한 지극히 단순하고 인간적인 불만이 쌓여있다. 이는 만성적자의 철도경영난과 맞물린 문제여서 사태의 수습과는 별개로 계속 숙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철도파업의 파장, 정부강경대응의 배경, 남은 과제등을 정리해본다.

<◇정부 강경 대응의 배경>
정부가 철도파업에 이례적으로 강력하게 공권력을 행사, 타율정상화를 시도한 것은 철도사업이 국민생활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과 더 이상 밀리면 공권력 자체가 설땅이 없어진다는 절박한 상황판단 때문이다.
여기에 공무원으로서 명백히 실정법을 위반(단체행동)했다는 기관사쪽의 약점과 어느면으론 공권력 발동을 기대하는 국민여론이 힘이 되어 모처럼 강한 정부의 이미지를 풍기는 조치가 나올수 있었다.
지금까지 여러 사회갈등을 다루는 방식과 국민이 먼저 심각성을 느껴야 한다는 노태우대통령의 문제파악 성향으로 봐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노사분규는 앞으로도 비슷한 양태로 대응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올림픽이 끝날때까지는 공무원 신분이 아닌 다른 노조의 분규에도 비슷한 공권력 행사가 예상된다.
만약 이번 철도파업이 지지부진하게 수습되거나 공권력 행사가 유명무실하게 됐을때 정부가 져야할 부담과 그로인한 사회적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철도노조의 농성돌입과 때맞춰 한전근로자들이 들먹거리고 체신노조마저 위협적 자세를 보여 이대로 가다간 국가의 안전조차 위협받는다는 위기감이 정부내에 팽배했었다.
그럼에도 파업돌입에 앞서 불법행위를 경고하고 사전조치를 충분히 취하지않은 것은 파업결정이전의 농성이 비번자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등 쉽게 꼬투리를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는하나 사태를 파업에까지 이르게한 한 원인이 됐다.
기관사들의 불법파업에 강경대응하면서도 정부당국자간에는 기관사들의 요구조건중 근무시간단축등 몇가지 문제는 「파업」과 「진압」의 차원을 떠나 개선해주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근로기준법을 무시한 근무조건, 그로인한 기관사 가족들의 불만은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90년 철도청의 공사화를 계기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보고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철도파업은 정상화되더라도 비정상적으로 눌러왔던 노사분규의 요인들을 어떻게 정책적으로 해결할 것인가는 여전히 문제며 따라서 공권력 행사가 늘 이번처럼 대체로 공감을 받으리란 보장도 없는 것이다.

<◇처우요구와 철도청 입장>
기관사들이 철도청과의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파업을 선언케된 협상안의 가장 큰 쟁점은 「운전수당등 제수당 인상」「월평균 기본근무시간 하향조정」문제였다.
철도청과 철도노조는 지난13일 단체교섭을 통해 ▲월운전수당은 5만원∼7만원까지 평균30%인상하고 ▲월평균 근무시간은 2백45시간(종착역 수면시간 45시간포함)에서 2백24시간으로 21시간 단축키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기관사들은 ▲운전수당은 1백%인상해줄 것을 요구하는 한편 ▲시간외 근무수당도 현행 시간당6백22원에서 근로기준법에 따라 4천2백원으로 올리고 ▲월평균근무시간은 1백44시간으로 대폭 낮춰줄 것등을 요구하고 있다.
철도청근로자중 기관사의 봉급은 타직종 종사자보다 평균10%선이 높다. 10년경력 기관사의 봉급은 87만8천7백30원(보너스포함)선. 때문에 기관사들만 운전수당을 1백%인상해줄 것을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 철도청의 입장이다.
이에대해 기관사들은 기관사가 되려면 기관조사 3∼10년을 거쳐야 하므로 기관사 10년경력을 다른 직종근무기간과 비교해 임금을 따지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이라고 반박한다.
시간외근무수당(1시간 6백꼬원)이 일반직장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것은 사실.
그러나 철도청은 시간외근무수당 단가는 철도청직원뿐 아니라 국가전체공무원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사항이라며 철도청 단독으로 결정할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정부차원에서 개선돼야한다는 입장이다. 이 점은 기관사측의 「특별교섭추진위」도 인정, 자신들의 인상요구가 무리라는데 의견을 같이했으나 농성기관사들을 설득하지는 못했다.
철도청은 또 기관사들의 요구대로 월평균 근무시간을 1백4시간으로 낮출 경우 종착역수면시간등 45시간을 제외하면 사실상 월근무시간은 99시간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경우 하루평균 승무시간(일요일제외)이 3·8시간으로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철도청이 제시한 산술평균치는 여하간에 그동안 기관사들은 격무에 시달려왔고 화물차나 통일호열차의 경우 운행도중 지연시간이 많아지다보면 월 3백시간까지 근무하기도 했다.
아뭏든 이같은 처우·근무여건 개선의 전제는 철도의 경영상대 개선에 있다는데 어려움이 있다.
철도청은 현최기덕청장부임후 꾸준한 경영개선노력으로 괄목할 성과를 거둬 연간 3백억원에 이르던 적자를 지난해 30억원까지 줄였으나 아직도 적자상태.
빠른시일내에 개선이 어렵고 보면 획기적인 처우개선은 현재로서 불가능하며 전반적인 공무원처우개선에 따라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연쇄파장>
철도운행중지로 26일 하루동안 전국 각역사에 쌓인 철도화물은 무연탄 4만9천t, 양회 1만5천5백t, 광석 3천2백t, 유류 1천2백t, 비료 6백77t, 컨테이너 4백서t 등 총7만5천여t.
가장 큰 타격은 양회업계. 현재 소비지역재고는 2백89만부대로 지난해의 6백여만부대의 절반수준이다.
석탄·정유등도 비축량이 6∼7일분에 불과해 파업기간이 이 기간을 초과할 경우 산업전체에 큰 파문이 예상됐다.
철도수송을 육송으로 전환할 경우 업계의 수송부담 증가는 하루 14억4천2백만원.
국가 기간교통망으로서 철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운 계기가 됐다. <김창욱·안희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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