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표' 곧 나올텐데 … '1분기 어닝 시즌' 시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어닝 시즌'이 시작됐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그다지 즐겁지 않을듯하다. 11일 포스코.LG필립스LCD를 시작으로 주요 기업들이 다음달 중순까지 줄줄이 1분기 성적표를 공개하지만, 증시엔 되레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분기 원화 환율 급락으로 수출 기업들이 무척 고전한 게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실적 부진에 따른 조정이 오더라도 충격과 강도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망스런 1분기 실적이 이미 주가에 반영돼 앞으로 실적 개선에 따른 기대감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한화증권 민상일 책임연구원은 "2분기 이후 정보기술(IT)업종을 중심으로 실적이 더 좋아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며 "이런 인식 확산이 증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쇼크' 컸다=올 1분기는 우리 기업들이 어느 때보다 환율 급락에 시달린 시기였다. 연초 1010원대에서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3개월만에 970원대까지 떨어졌다. 단순히 계산한 환차손만 4% 이상이다. 수출 비중이 큰 업종일수록 타격이 컸다. 시가총액이 가장 큰 정보기술(IT)업종과 자동차 등의 성적표가 특히 실망스러울 것으로 점쳐진다. 대우증권 홍성국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자동차 등 수출 주도업종의 실적은 당초 예상치보다 8~9% 가량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조선.은행.인터넷.음식료업종은 실적 개선이 뚜렷할 전망이다. 특히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대규모 수주와 배값 상승 등에 힘입어 영업 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은행 역시 영업이익이 평균 30% 이상, NHN 등 인터넷업종도 전분기 대비 두자릿수 이상의 증가가 예상된다.

◆삼성전자 바닥칠까 관심=14일 예정된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가 가장 큰 관심거리 중 하나다. 전망은 대체로 비관적이다. 대다수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1분기 영업 이익이 1조7100억~1조97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주력 제품인 낸드플래시메모리 가격이 30% 가까이 떨어진 게 실적 부진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예상치가 맞을 경우 삼성전자는 최근 5분기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2조 원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삼성전자 실적은 2분기에 바닥을 치고 3분기부터 호전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동양종금증권 이문한 연구위원은 "2분기까지도 실적이 좋지 않겠지만 3분기 이후 낸드플래시 수요증가와 LCD부문의 실적 회복에 힘입어 회복될 것"며 "최근 주가도 2분기 실적까지 미리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부진한 성적표가 앞으로 증시에 미칠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발표일 전에 실적 부진이 주가에 미리 반영되는 경향이 큰 탓이다.

표재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