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노조 설립 방해 의혹’ 삼성전자서비스 압수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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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삼성전자가 애프터서비스(AS) 기사들의 노조 설립을 방해할 목적으로 작성한 이른바 ‘마스터 플랜’ 문건이 실제 존재하는 것으로 12일 드러났다.

노조 와해 마스터플랜 실제 존재

이 문건의 정확한 제목은 ‘서비스 안정화 마스터플랜’이다. 전날 금속노조 산하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관계자 3명을 참고인으로 불렀던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은 이날 부산·용인에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지역본부 사무실 두 곳을 압수수색했다.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조사 과정에서 검찰이 20쪽 분량의 마스터 플랜 문서를 보여줬다”며 “노조원이 파업에 들어가면 각 AS센터 사장들이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교섭지연·직장폐쇄 등에 대한 지침이 담겼다”고 말했다.

이 문건은 지난 2월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팀이 삼성전자 수원 본사를 압수수색했을 당시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파일 형태로 발견됐다. 작성자는 따로 명시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수사팀은 압수한 파일 대부분이 삼성이 만든 기업용 문서작성 프로그램 ‘훈민정음’으로 작성됐다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회사 차원에서 노조 방해 문건을 만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994년부터 자체 제작한 훈민정음을 사내 문서작성 프로그램으로 썼으나 2014년 9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MS워드로 전부 교체했다.

다만 검찰 역시 압수한 전체 파일(약 4만건) 가운데 노조 관련 문서를 추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삼성전자에서 하드디스크 이미징(복제) 형태로 받아온 파일에 기본적으로 ‘이중 암호화’가 돼 있기 때문이다. 삼성 내부망에 접속하지 않고서는 문서를 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구태언 테크앤로 변호사는 “삼성뿐 아니라 애플·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보안을 위해 내부망과 외부망을 분리하는 작업을 필수적으로 한다”며 “디코딩(암호해독)을 거쳐 문건을 모두 확인해 본 뒤에야 구체적 물증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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