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순간" 토티도 기뻐한 AS로마의 챔스 기적

중앙일보

입력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을 확정한 뒤 골키퍼 알리송 베커와 함께 사진을 찍는 프란체스코 토티(오른쪽). [사진 AS로마 트위터]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을 확정한 뒤 골키퍼 알리송 베커와 함께 사진을 찍는 프란체스코 토티(오른쪽). [사진 AS로마 트위터]

"이런 색깔을 위해 살아온 것이 너무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11일 이탈리아 로마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열린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을 지켜본 AS로마의 '전설' 프란체스코 토티(42)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24년간 AS로마 유니폼만 입고 뛴 '원클럽맨' 토티는 홈에서 AS로마가 바르셀로나(스페인)를 극적으로 따돌리고 유럽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 진출하자 감격에 겨운 반응을 보였다.

8강 1차전 원정에서 1-4로 패했던 AS로마는 2차전 홈에서 3-0 완승을 거두고 드라마틱하게 4강 진출 티켓을 땄다. 1·2차전 합계 4-4로 동률을 이뤘지만 원정 다득점 우선 원칙에 따라 승부를 뒤집은 것이다. 이탈리아 세리에A(1부) 우승도 2000-2001 시즌이 마지막이었던 AS로마가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오른 건 1983-84 시즌 이후 34년만이다. 현역 시절 한번도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오르지 못했던 토티는 관중석에서 기쁨을 만끽했다. 토티는 현재 AS로마의 디렉터로 친정팀과의 끈을 튼튼하게 이어오고 있다.

AS로마 한 팀에서만 뛰었던 토티는 구단의 '살아있는 역사'다. 13세였던 1989년 유소년팀에 입단해 28년간 AS로마 유니폼만 입었다. 93년 AS로마 1군에 오른 그는 24년간 786경기에 출전해 307골·123도움을 기록했다. 97년부터 은퇴한 지난해까지 20년째 팀의 주장도 맡았다. 구단은 그를 "클럽의 부적과 같은 상징"이라고 표현했고, 그가 은퇴하자 항공우주기업 아비오와 손잡고 '토티 유니폼 우주로 보내기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을 확정한 뒤 기뻐하는 AS로마 선수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을 확정한 뒤 기뻐하는 AS로마 선수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토티에겐 챔피언스리그가 '한(恨)'의 무대였다. 그는 2014년 11월, 조별리그 CSKA 모스크바전에서 만 38세 59일의 나이로 챔피언스리그 최고령 득점 기록에 성공했다. 그러나 결승은커녕 4강 무대까지 올라보지 못했다. 2006-2007 시즌, 2007-2008 시즌에 8강에 올랐던 게 전부였다. 명성에 비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기회가 많지 않아 토티 스스로도 "우승을 더 많이 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했을 정도였다.

AS로마는 토티가 은퇴하고, 세리에A에서 마지막 우승(2000-2001 시즌)을 경험했던 에우제비오 디 프란체스코(49) 감독 체제로 처음 맞이한 올 시즌 세리에A 4위에 올라있다. 그리고 챔피언스리그에서 더 똘똘 뭉쳤다. 토티는 바르셀로나전을 앞두고 "바르셀로나가 로마에게 진땀뺄 것"이라고 응원했다. 1차전에서 1-4로 완패했지만 정신력은 더 강해져있었다. 토티의 뒤를 이어 AS로마의 주장 완장을 찬 다니엘레 데 로시(35)는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분명히 기회가 올 것이라 믿었다. 디 프란체스코 감독이 팀 분위기를 잘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을 확정한 뒤 기뻐하는 AS로마 선수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을 확정한 뒤 기뻐하는 AS로마 선수들. [로이터=연합뉴스]

그리고 기적처럼 3골을 넣고, 바르셀로나의 막판 공세를 막아냈다. 토티에 이어 AS로마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하는 에딘 제코(30)는 선제골로 분위기를 끌었다. 페널티킥으로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은 데 로시는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후반 37분 코너킥에서 머리로 깔끔하게 골망을 흔든 코스타스 마놀라스(27)는 로마의 밤을 최고조로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모두 지난 시즌까지 토티와 인연을 맺었던 토티의 후배들이었다. 데 로시는 "최고의 순간이다. 대단한 밤이다"라고 기뻐했다. 마놀라스는 "우리는 올라갈 자격이 있다"고 포효했다. 그런 후배들을 향해 코트를 입고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토티는 경기 후 라커룸에서 기쁨을 함께 나눴다. 디 프란체스코 감독은 "하나의 축구 철학을 가진 원 팀이 돼 행복하다. 우린 이제 결승을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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