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한테 편지쓰다 혼났어요"

중앙일보

입력

[문경(가명)이에게, 아버지가]

문경아! 아빠야. 잘 지내니?

네가 캐나다에 간 지 벌써 2개월도 넘었구나. 화상채팅은 자주 해왔지만 이렇게 편지 쓰는 건 오랜만인 것 같다. 써 내려가는 동안 네 모습이 머리 속에 삼삼하구나.

엄마가 너랑 공항에서 헤어질 때 무척 힘들어 하셨어. 우리 문경이 좋은 경험 하라고 유학에 적극적이셨는데 그것 때문에 떠나기 전에 너와 몇 번 다투지 않았니. 문경이는 그게 좀 속상했을 지 몰라도 엄마 마음 다 알 거라고 생각해.

집에서도 막내인 네가 외국에 혼자 나가서 잘 할 수 있을까, 홈스테이 가족이랑은 잘 지낼까, 공부는 잘 할 수 있을까 아빠는 이런 저런 걱정이 많았단다. 그렇지만 아빠는 문경이를 믿어 보기로 했어. 출발하던 날 아빠랑 했던 약속 기억하지?

캐나다 가고 얼마 안 지나서 문경이가 그곳 음식도 잘 먹는다는 선생님 말씀을 들었단다. 문경이는 낯선 곳에 가서는 음식을 잘 안 먹는 버릇이 있지 않니. 그래서 너 떠날 때 엄마가 특별히 말씀 드렸었는데 선생님이 용케 기억해 잘 챙겨주시는 것 같아 다행이더구나.

얼마 전에 보내준 사진 잘 받았다. 홈스테이 가족분들이 모두 좋아 보이더라. 처음엔 혼자 홈스테이하게 되는 줄 알고 조금 걱정했는데 수정이 언니가 함께 지내게 돼서 다행이야.

수정이는 컴퓨터를 가져 가지 않은 것 같던데 문경이 컴퓨터를 같이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우리 딸, 벌써 그렇게 하고 있지?

참, 지난 주 수학시험 많이 올랐더라. 엄마한테 들었어. 문경이는 역시 아빠 딸이야, 정말 자랑스럽더구나. 다음 시험에는 딱 5점만 더 올려보자. 이제 시작이니까 너무 불안해 하지 말고 조금씩 성적을 올려 보는 거야.

멀리까지 간 이유를 잊지 말고 가족이 항상 기도하고 있다는 걸 명심해. 사랑한다.

[캐나다 문경이 편지] - 2006년 1월 출발, 현재 초6

아빠, 문경이에요.

잘 지내시죠?

전화 자주 못 드려서 죄송해요. 그렇지만 컴퓨터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같이 살지는 않지만 컴퓨터로 자주 만날 수 있으니까요. 수정이 언니도 곧 컴퓨터가 생길 것 같아요.

가끔 엄마랑 아빠랑 문주언니(가명)한테 메일 쓰려고 자기 전에 컴퓨터를 할 때가 있어요. 홈스테이 마미가 처음엔 게임 같은 거 하는 줄 알고 선생님한테 잘못 얘기하신 거 있죠. 그때는 솔직히 화도 났었는데 절 많이 챙겨주시느라 그러셨던 것 같아요. 저 게임 같은 거 별로 안 좋아하는 거 아시죠?

참, 용돈 보내주신 거 정말 감사해요.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게 많아서 자꾸 사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하지만 선생님이 용돈을 관리해 주시는 게 저한테는 아직 더 좋은 것 같아요.

지난 번에 보내주신 비타민은 아직 많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하루에 하나씩 먹으려고 하는데 숙제하다 보면 가끔 잊어버릴 때가 있어요. 수정이 언니랑 같이 먹을 때도 있는데 괜찮죠?

학교는 재미있어요. 수정이 언니도 있고 생각했던 것만큼 어렵지는 않은 것 같아요. 여기 애들은 저랑 나이가 같은데도 언니 같은 애들이 정말 많아요.

조금 있으면 아빠 생신인데 미리 축하드릴게요. 같이 못 있어서 너무 서운해요. 한국에 돌아가면 더 잘 해 드릴게요.

엄마랑 아빠가 걱정하고 계신 거 잘 알고 있어요. 여기 음식도 잘 먹고 있고 학교도 잘 다니고, 홈스테이 가족과도 잘 지내니까 염려 마세요.

어제 수학시험을 봤어요. 어렵지는 않은 거 같은데 성적이 잘 안 오르네요. 선생님은 오답노트부터 열심히 하라고 하시는데 아빠가 수학 문제집 몇 권 보내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떤 게 좋을 지 선생님하고 의논하고 다시 말씀 드릴게요.

아빠, 사랑해요. 엄마랑 언니한테도 보고 싶다고 전해 주세요.

※ 캐나다 유학 Tip

캐나다의 교육기관은 대부분 국가가 지원해 어느 학교를 가든 일정수준 이상의 교육이 보장된다. 공식적인 이중언어 국가로 영어와 불어 사용을 국가적으로 장려하고 있으며 자국민의 효과적인 언어교육을 위해 교육 커리큘럼과 언어 교수법이 발달했다. 특히 캐나다 영어는 가장 표준화된 영어로 언어학자들에게 인정 받고 있고 유학비도 다른 나라에 비해 저렴해 조기 유학지로 각광 받고 있다. 특히 밴쿠버는 백인 밀집지역으로 국제학생의 비율이 매우 낮고 주거환경이 뛰어나 치안 걱정이 없어 선호하는 유학지역으로 손꼽히고 있다.

영어 실력만으로 외국인 학생을 선발하지는 않으며 학생의 주소지 관할 교육청에서 학교별 외국인 학생 비율에 따라 배정한다. 입학시험 결과에 따라 ESL 반(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학생을 위한 영어수업)에 배치하여 일정 수준의 영어실력을 갖추면 정규수업을 받도록 한다. ESL은 보통 5~8단계로 나뉘며 단계에 맞춰 정규수업이 정해진다. 테스트 결과 등에 따라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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