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현대차 작년부터 내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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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현대차 비자금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30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 직원들이 점심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줄지어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현대차 비자금 수사가 지난해부터 진행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수도권의 한 지방검찰청 소속 A검사는 지난해 9~10월 현대차의 계열사인 글로비스의 비자금과 관련한 제보를 입수했다.

A검사는 제보자에게서 글로비스의 회계장부 등 내부자료를 건네 받았다. 이후 한 달여간 자료를 분석한 결과 50억원가량이 장부에 기재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A검사의 내사 결과는 지난해 11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보고됐다. 박영수 중수부장 등이 참석한 중수부 회의에서 사안이 중대한 것으로 판단해 중수부에서 직접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정상명 검찰총장에게도 보고됐다. 중수부는 전국 검찰청의 각종 비리수사를 보고받고, 수사진행을 조율하는 곳이다. 검찰이 처음부터 현대차 비자금을 겨냥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현대차 비자금 수사가 김재록씨 로비의혹 사건의 한 지류에서 시작한 것"이라는 검찰의 공식 설명과 배치된다. 검찰은 그동안 "지난해 10월 국가청렴위원회에서 이첩받은 국회의원 K씨 등과 관련한 사건 수사 과정에서 김씨의 비리혐의를 찾았고, 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현대차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포착했다"고 밝혀왔다.

최근 현대차를 압박하는 초강도 수사는 검찰이 수개월간 내사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검찰은 김씨의 체포(22일)-구속(24일)-현대차 압수(26일) 등 전례 없을 정도로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했다.

29일에는"가지가 나무가 됐다"며 "김씨에 국한시켜 볼 수 없는 단서가 포착됐다"고 수사 확대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지방의 한 검사는 "김재록씨와 현대차에 대해 상당한 내사를 진행하지 않고서는 이번처럼 빠르게 움직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김씨의 비리 의혹과 현대차의 양재동 연구개발센터 설립 과정의 잡음에 대해서도 별도의 라인을 통해 정보를 수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중수부 산하 공적자금비리단속반은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의 인수합병(M&A) 과정을 추적하던 중 지난해 김씨의 존재를 포착했다고 한다. 대검의 범죄정보수집 부서도 현대차 본사 신축 건물의 인허가 과정에서 나온 로비설을 추적했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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