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논문대회 입상조작 일부 교감 승진에 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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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교원단체총연합회가 교사 대상 연구논문경연대회를 열면서 제출 논문 편수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특정 교사들을 무더기로 입상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입상한 교사들은 승진에 필요한 연구실적 점수를 얻어 교감 승진 인사 등에서 혜택을 본 것으로 추정돼 교육계 인사비리를 둘러싼 파문이 커지고 있다.

전교조는 4일 이 같은 내용을 폭로하고 울산교육청.울산교총에 대해 검찰의 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촉구했다.

◇논문 편수 조작=울산교총은 지난해 4월 교사들의 연구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전국현장교육연구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에 논문을 출품한 교사는 모두 2백77명. 그런데 울산교총은 다음달인 5월 교육청에 보낸 공문에서 연구보고서 제출자를 5백15명으로 보고했다. 2백38명은 실재하지 않는 허수의 논문 제출자였다.

그럼에도 울산교육청 소속 장학관.장학사 등으로 구성된 논문 심사위원들은 실제 제출된 논문과 가공의 논문 등 5백15편을 심사했다. 심사위원들은 가공의 논문에 대해서도 점수를 매겨 실제 제출된 논문보다 낮은 점수를 주는 방식으로 2백59명을 입선시켰다.

실제로 논문을 제출하고도 입선하지 못한 교사는 18명뿐이었다. 이 과정에서 연구대회를 주관한 울산교총은 가공의 논문에 대한 심사비 명목으로 1백19만원을 교육청에서 받아냈다.

논문 편수 조작은 교육공무원인사관리 규정 때문으로 밝혀졌다. 전교조는 "규정상 연구대회의 입상 비율은 전체 논문의 40% 안팎으로 하도록 돼 있어 실제 논문을 제출한 교사 대부분을 입선시키기 위해서는 탈락시킬 '가공의 논문'이 그만큼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실은 울산교총 직원이 전교조에 제보해 드러났으며, 전교조는 이날 관련 자료와 문서 등을 공개했다.

◇승진점수 부여=입선된 교사들은 등급별로 연구실적 평정점수가 0.25~1점씩 부여됐다. 연구실적 점수 1점은 2년간 대학원을 다니고 석사학위를 딸 경우 받는 경력 점수와 같다.

0.25점은 연구학교에서 1년간 근무해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소수점 차이로 승진에서 우열이 가려지는 현실에서 이 점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전교조 송원재 대변인은 "이 같은 조작된 점수로 지난해 9월 이후 올해 2학기 인사에 이르는 동안 승진한 교사가 상당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승진심사에서 이 같은 연구실적 점수가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한국교총 황석근 대변인은 "이 사건으로 이미 울산교총 회장이 물러났고 관련자들도 직위해제됐다"며 "마무리된 사안을 또다시 서울에서 제기하는 배경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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