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억 로또가 갈라놓은 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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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5년간 사실상 부부로 살아 온 30대 남녀가 로또복권 당첨금 19억원을 놓고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2001년 결혼식을 치른 뒤 딸(3)까지 낳은 최모(38).김모(37.여.무속인)씨가 횡재를 한 것은 지난해 11월 초. 경기도 양평의 한 식당에서 일했던 최씨가 산 로또 1장이 1등(당첨금 27억여원)에 당첨됐다.

최씨는 곧바로 경기도 용인에서 철학원을 운영하던 김씨에게 달려갔다. 김씨가 "시부모 사주가 좋지 않다"며 혼인신고를 거부해 두 사람은 법적으로 혼인관계는 아니었다.

당첨 소식을 들은 김씨는 "당장 당첨금을 찾으러 가자"고 했다. 최씨는 국민은행 직원에게 복권을 건네며 자신의 신분증 대신 김씨의 것을 제시했다. 신분증이 든 손가방을 양평 식당에 두고 왔기 때문이었다. 최씨 부부는 당첨금 중 세금을 뺀 18억8445만원을 받았고, 이를 부인 김씨 명의의 3개 통장에 나눠 입금했다.

이후 최씨는 "부모 집을 구하려 하니 돈을 달라"고 김씨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김씨는 "내 돈인데 왜 주느냐. 단 1원도 줄 수 없다"며 거절했다.

결국 최씨는 지난해 12월 "당첨금을 쓰지 못하게 해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은행 통장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고, 김씨는 돈을 인출할 수 없게 됐다.

최씨는 최근 "19억원은 잠시 보관하라고 맡긴 돈이므로 돌려달라"며 김씨를 상대로 한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최씨는 소장에서 "현재 집에서 쫓겨나 여관.찜질방을 전전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김씨는 "복권은 좋은 꿈을 꿔 남편에게 돈을 줘 사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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