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교육장관 자녀도 사립학교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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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고품질 공교육을 자랑하던 프랑스에 때아닌 사학 열풍이 불고 있다. 여름방학 기간인 지난 7, 8월 두달 동안 프랑스의 사립 초.중.고교에는 학부모들의 입학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연금제 개혁에 반대하는 교사들의 잦은 시위와 파업으로 공립학교의 수업이 지난 학기 파행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일부 교원노조들이 새 학기 시작과 더불어 다시 단체행동에 들어갈 움직임을 보이면서 사립학교 전학 열기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 사립학교에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워졌다. 일부 인기있는 사학들은 9월에 시작되는 새 학년 신입생 모집을 1월에 벌써 마감해버렸고 수도권의 사립학교 역시 5월에 정원이 모두 찼다.

총 2백만명 정도로 프랑스 전체 초.중.고생의 20%를 담당하고 있는 가톨릭계 사립학교의 경우 지난해 2만명 이상의 입학.전학 희망자를 돌려보내야 했다.

갈수록 열악해지는 공립학교의 교육 환경도 사립학교의 인기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예산 부족으로 보조교사의 수를 줄이다 보니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늘고 이 것은 곧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리옹의 경우 8백명의 보조교사가 결원상태로 있으며 앵드르에루아르 도(道)는 1백70명의 보조교사가 16명으로 줄어든 채 충원되지 않고 있다.

교사의 잡무 증가로 학생 지도가 소홀해지면서 공립 중학교 1학년 학생의 15%가 글을 읽지 못하거나 읽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뤽 페리 교육부장관은 1일 "올해 초등학교 신입생 7만여명은 10여명 단위의 학급에서 읽기와 쓰기를 배우게 될 것"이라고 자축했다. 공립학교의 사정이 나아졌다는 말이긴 하지만 프랑스인에게 그다지 설득력있게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페리 장관 스스로도 자신의 자녀들을 모두 사립학교에 보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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