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타민] 대가리·객사리? "지명 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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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해 드라마 '삼순이' 이후 한때 개명(改名) 바람이 불었지요. '최고지' '나죽자' '이무식' '여인만' 등 특이한 이름 때문에 고생했던 사람들이 나섰던 거죠. 이에 대법원도 "이름에 대한 권리는 헌법상 행복추구권.인격권의 하나"라며 이들의 주장을 인정했습니다.

올해는 동네 이름의 차례입니다. 소주리(경남 양산), 연탄리(충북 증평), 대박리(충남 연기), 설마리(경기도 파주), 고도리(전남 해남)라는 이름을 가진 마을이 있습니다. 술과 도박 등을 연상시키네요. 대가리(전북 순창), 방광리(전남 구례) 마을은 신체 일부를 비하한 표현으로 들리고요. 고문리(경기도 연천), 압사리(경남 진주), 객사리(전남 담양, 경기도 평택)는 섬뜩하지요. 이들 이름은 '고도리(古都里)'처럼 한자로 표기하면 좋은 뜻을 담고 있어요. 하지만 한글로 쓰면 부정적 의미를 주는 게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이들 동네 주민은 마음고생을 많이 했답니다. "일은 안 하고 고도리만 치고 사느냐" "객사한 사람이 많으냐" 등 놀림감이 됐다는 겁니다.

이에 행정자치부는 19일 "5월까지 행정구역 명칭에 대한 조사를 벌인 뒤 주민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으로 개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왕(王.임금)' 대신 '왕(旺.성하다)'으로 바뀐 왕산면(강원도 강릉).왕전리(충남 논산), 지역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단순히 방위 표시만 한 '남면' '동면' '중리' 등의 명칭도 바뀐다고 합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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