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연구비 확충 제도 개혁 없으면 투자효과 기대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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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0면

지역혁신을 촉진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데 대학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대학은 인력을 양성, 공급하는 역할뿐 아니라 지역 소재 기업이 갖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한다.

대학은 또 기업이 미래 사업방향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지역의 문화유산이나 비교우위 자산을 축적하고 개발하면서 지역의 사회적 자본을 증가시킨다.

지역의 기술혁신을 촉진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학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개발 기능이다. 우리 지방대학의 연구개발 기능이 취약하다는 것은 널리 인식되고 있지만 워낙 구조적이고 복잡한 문제기 때문에 쉽게 개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지방대학 중심의 지역혁신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변신과 개혁이 필수적이다.

우리 지방대학의 연구역량을 강화시키고 지역혁신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게 하려면 우선 지방대학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국립대의 변신이 시급하다. 현재 상태로 연구비 투입을 증가한다면 생산적인 연구결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국립대학이 연구개발 활동에서 유연성을 갖기 위해서는 출연법인화 등 위상변경이 필요하다. 국립대는 예산회계 등 기존의 다양한 정부규제로 인해 연구사업이나 지역산업 지원사업을 유연하고 생산적으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으로는 국립대뿐 아니라 사립대 또한 연구를 열심히 하고 지역 소재 기업을 지원하는 교수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적인 기반을 갖춰야 한다. 단위조직별로 독립채산제 도입이 하나의 방안이다.

대학 전체를 놓고 평가.지원하기보다 단위조직별로 평가하고 지원해 대학의 특성화를 유도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우수한 대학 혹은 학부는 상근 연구인력을 채용, 연구기능을 활발하게 수행할 수 있으며 관련 대학원 발전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연구원이 연구과제를 응모해 수탁받는 형태인 프로젝트 기반 시스템(PBS) 제도가 대학 운영에 시급히 도입돼야 한다. 이 제도의 도입 없이는 강의나 연구, 산.학.연 연계, 기업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적절히 조합해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PBS 제도를 도입한다면 지방대 교수들의 기업 지원.연구.교육 등 다양한 업무 수행을 화폐가치로 환산해 관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제도적인 도입에 이어서 지방대를 대상으로 연구개발사업을 확대하거나 다양한 육성 프로그램을 추진한다면 지방대에 대한 소기의 투자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방대의 제도적인 변화 없이 연구비 투입만을 늘리는 데 반대한다.

이공래 박사.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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