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와이대학의 테리 헌트 교수는 권위 있는 과학잡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실은 보고서에서 "문명 붕괴 자체가 허구"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섬의 유적지에서 채취한 토양을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법으로 분석한 결과 이 섬에 사람이 처음 도착한 것은 1200년께라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그는 이 섬에 살았던 인구가 2만 명이 아니라 많아야 수천 명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문명을 이룰 만한 규모의 인구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는 이 섬의 멸망과 관련, 1722년 이 섬에 처음 상륙한 유럽인들이 주민들을 노예로 끌고 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폴리네시아인을 따라온 쥐가 섬의 몰락을 재촉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애초 쥐가 없던 이 섬에 13세기에 쥐가 무려 2000만 마리로 불어났음을 보여주는 근거를 제시했다. 급속히 불어난 쥐가 야자씨를 먹어치워 야자나무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헌트 교수는 "원주민들이 자멸했다는 얘기는 선교사들이 지어낸 이야기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원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