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킹' 포효에 미국도 벌벌 떨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이승엽이 1회 말 첫 타석에서 우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선제 솔로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애너하임 AP=연합뉴스]

"미국에서도 30개의 홈런을 칠 수 있는 파워를 갖고 있다."

박찬호의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가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을 이렇게 평가했다. 보라스는 "하체의 힘이 좋고 몸이 유연하다. 포지션도 1루여서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많은 조건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메이저리그의 특급 에이전트 보라스가 이승엽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언론도 이승엽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스포츠전문채널인 ESPN은 이승엽을 '아시아 홈런왕'으로 소개했고, 샌디에이고 지역신문 트리뷴 유니언은 14일(한국시간) '라이언 킹이 한국의 주인공임을 증명했다 ('Lion King' proves Korea's main man)'는 기사를 썼다. 이 신문은 이승엽이 2003년 56홈런을 날려 아시아신기록을 세웠고, 세계 최연소로 300홈런을 기록한 타자라고 소개했다.

한국이 3-1로 앞선 4회 말 공격. 2사 2루에서 3번 타자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서자 미국 포수 제이슨 베리텍(보스턴 레드삭스)이 벌떡 일어섰다. 4회부터 구원투수로 나선 댄 휠러(휴스턴 애스트로스)는 고의 볼넷으로 이승엽을 걸러보냈다. 벅 마르티네스 감독은 1회 초 선제 솔로홈런을 터뜨린 이승엽에게 또 한 방을 맞으면 추격이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미국 대표팀이 고의 볼넷으로 보냈다는 것은 '메이저리그에서도 강타자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이승엽은 올해 "내 목표는 메이저리그다. 그 중간 기착지가 바로 요미우리"라며 혹독한 겨울훈련을 해냈다.

그리고 일본에서 벌어진 1라운드를 포함, 4게임 연속 홈런 등 5경기에서 5발의 홈런포를 터뜨렸다. 특히 이 홈런이 모두 선제 홈런 또는 역전 결승포여서 '찬스에 강한 타자임'을 거듭 확인시켰다. 5개의 홈런에 10타점으로 홈런 단독 1위, 타점 공동 1위다.

대만과의 1차전에서 큰 활약을 못한 이승엽은 중국전에서 두 발의 홈런포를 터뜨렸고, 일본전에서는 1-2로 뒤지던 8회 초 역전 결승 투런홈런을 뽑아냈다. 8강 2라운드 첫 경기인 멕시코전에서는 지난해 15승을 올린 로드리고 로페스(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상대로 1회 말 선제 투런홈런을 터뜨렸고, 14일 미국전에서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최다승(22승10패) 투수인 좌완 돈트렐 윌리스(플로리다 말린스)의 직구를 끌어당겨 담장을 넘겼다.

성백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