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리빙] 우리 아이 새 담임 선생님 어떻게 대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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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아이의 담임 교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건 모든 학부모의 공통된 바람이다. 그래서 '새 학년 새 담임'이 조심스럽고, 또 부담스럽다. 어떻게 인사해야 하나, 상담할 땐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만나서 혹 실수하면 어쩌나 등 고민도 많아진다. 30년 교직생활 경험을 토대로 최근 '엄마는 초등학교 7학년'(서정시학)을 펴낸 서울 도성초등학교 김정희 교사로부터 '학부모 처세술'을 들어봤다.

"교사를 믿자"=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학교에서 상처를 받거나 손해를 볼까 걱정스러워 촉각을 곤두세우다 보면 신경이 예민해지게 마련이다. 귀가한 아이에게 "너 오늘 발표했어?" "누가 몇 번을 발표했다고?" "오늘 누가 혼났어?" "심부름을 누가 했다고?" 등 학교 생활을 꼬치꼬치 캐 묻고, 부정적인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잦다. 이런 부모들은 교사를 만나서도 교실에서 일어난 소소한 사건들에 대한 정보를 늘어놓으며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교사에 대한 불신과 비난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긍정은 긍정을 불러오는 법. 교사를 신뢰하고 담임의 교육방침을 일단 수용하는 자세가 우선이다.

적극성이 지나쳐 문제인 부모도 있지만 '선생님은 어렵고 불편하다'는 생각에 발길을 끊는 경우도 문제다. 엄마가 소극적이면 아이도 자신감을 잃는다. 교사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야 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왕따'를 당해 학교 가기가 무섭다고 하소연하는 경우, 지나치게 산만한 짝 때문에 아이가 괴로워하는 경우라면 당장 담임과 상담하고 아이가 현재 어떤 상황인지 살펴봐야 한다. 이때 교사에 대해 비판적.공격적인 태도는 금물. "어떻게 했으면 좋을까요?"라며 조언을 구하는 식으로 대화를 끌고 가자.

말 한마디의 힘=특별히 봉사를 많이 하는 것도 아닌데 교사를 기분 좋게 만드는 학부모가 있다. 이런 부모의 특징은 한마디로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를 실천하는 경우. "아이가 요즘 산만해요. 자주 준비물도 안 갖고 오고…"란 교사의 말엔 이런 대답이 '모법답안'이다. "걱정 끼쳐서 죄송해요, 제가 요즘 시골에 일이 있어서 빈자리에 표가 났나 봐요. 살펴보겠습니다" "좀 더 신경 쓰겠습니다. 선생님께서 따끔하게 혼 좀 내주세요" "선생님 덕분에 그래도 많이 좋아진 거랍니다. 다시 흐트러지지 않도록 살피겠습니다."

공손하고 꾸밈없는 부모의 대답에 교사는 '좀 더 꼼꼼히 아이를 봐줄 걸'하며 오히려 반성을 하게 된다.

또 교사가 "○○가 밝고 성실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등으로 칭찬할 땐 "그렇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혹 부족한 점 있는지 살펴봐 주세요"라며 겸손하게 대답하는 부모가 기억에 남는다.

교사들이 공통으로 부담스러워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선생님, 다음에 찾아뵐게요"다. 마치 '지금은 빈손이지만 다음엔 촌지를 들고 올게요'라는 뜻으로 비칠 수 있다.

"학부모 총회엔 꼭 참석"=학년 초에 관심을 두지 않은 엄마는 1년 동안 아이를 겉돌게 만든다. 학교 생활에서 학부모 총회(대개 3월 하순 열린다)는 농사로 치면 1년 농사를 준비하는 날이다. 부모가 이날 반드시 참석해 교사와 학급 운영, 교육 방침 등에 대한 눈높이를 맞춰야 아이가 학교 생활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다.

총회가 열리는 날이 교사와 첫 인사를 할 기회가 되는 경우도 많다. 회의 전 조금 일찍 도착해 "○○ 엄마입니다. 저희 아이 학교 생활 잘하고 있나요? 혹시 도움될 일 있으면 연락 주세요" 정도로 인사하면 적당하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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