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공부] 새 학기 내 아이 학교친구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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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순 교사=요즘 아이들은 친구를 잘 사귀는 것 같진 않아요. 동네 친구들도 별로 없는 것 같고. 같은 학원에 다니거나 학부모들끼리 친해 자주 봐서 친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고요. 취향이 비슷해서 친구가 되는 게 좋은데….

▶송영찬 교사=아무래도 컴퓨터 게임 등 혼자 놀다 보니 그런 것 아니겠어요? 그래선지 보통 3월 한 달은 교실이 조용해요.

▶권=4월이 돼도 앞뒤에 앉은 아이만 사귀는 학생도 많아요. 두세 달이 돼도 같은 반 친구들 이름을 다 못 외우는 아이도 있고요.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송=얼마 전 출석을 부르는 대신, 아이들에게 일어나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하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내성적인 아이들은 한 마디도 못하더군요. 그런 아이들은 친구를 사귀기가 쉽지 않습니다. 부모들로선 아이에게 전화가 얼마나 걸려오는지 보면 친구를 잘 사귀는지 여부를 알 수 있겠죠.

▶권=결국 자신감일 겁니다. '내 이름은 뭔데 네 이름은 뭐니'라고 다가가서 말할 수 있는 건 말이죠. 이런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해선 아이를 나무랄 때도 잘하는 것 한 가지 정도는 함께 언급하는 게 필요합니다. '너는 글씨를 잘 쓰진 못하지만 말은 조리 있게 잘해' 하는 식으로요. 또 아이가 다른 사람에 대해 호기심과 관심을 갖도록 길러야 합니다. 배려하는 마음도 잊지 말아야 하고요. 더불어 좋은 친구를 사귀게 하려고 노력하기보단 다양한 친구를 만나게 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좋은 책만을 골라 읽히는 것보다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통해 다방면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게 바람직한 일인 것처럼 말입니다. 아이들은 자기와 다른 아이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차별하거나 '왕따'를 시키죠. 다운증후군 아이가 다니는데 다른 반 아이들은 그 아이를 놀립니다. 그러나 같은 반 아이들은 감쌉니다. '공부는 못하지만 착해'란 식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 일부 부모는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보지 않게 하는 경향이 있어요.

▶송=공감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참을성이 없고 쉽게 포기합니다. 교우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여건만 된다면 어려운 일도 경험하고 특수학교 등에서 봉사활동도 하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남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고 느낄 수 있게 됩니다.

▶권='공부 공부'만 하는 분이 있습니다. '네가 가야 할 목표는 이거다'라고 몰아가는 거죠. 특히 남자 아이들은 부모의 소망이나 계획대로 얌전하게 따라가는 게 10%도 안 될 겁니다. 언젠가 반항하고 튀어나갑니다.

▶송=자녀를 하나 둘밖에 안 키워서 그런 것 같습니다.

▶권=네, 맞습니다. 사실 쭉 한 번 보고도 혼자 큰 아이를 집어낼 수 있습니다. '누가 왜 나를 예뻐하지 않나''누가 와서 먼저 인사하지 않을까'하는 표정으로 앉아 있으니까요. 지금은 거의 혼자 큰 아이들이지만…. 그런 아이들일수록 친구가 필요합니다. 일부 부모들은 친구 집에서 자 보기 등을 통해 형제 같은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도 합니다. 명심할 건 청소년기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아이가 누구와 사귀는지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필요하다면 문자 메시지도 살짝 보세요. 친구들을 데리고 집에 와서 놀라고도 해야 합니다. 아이가 (무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송=중학교에선 서로 닮은 친구들끼리 어울리기 시작합니다. 일부에선 비행도 나타납니다. 그런 만큼 담임교사와 자주 면담하십시오. 바쁘시더라도 자주 대화했으면 합니다.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 물어보는 건 학부모의 권리이기도 합니다. 왕따 얘기를 안 할 수 없군요. 중학교에선 신체적으로 왜소하다고, 혹은 담배를 안 피웠다고 왕따가 되기도 합니다. '범생이'라고 해서 모범생도 왕따를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교, 학습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부모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재차 말하고 싶습니다.

▶권=초등학교에선 5, 6학년 때부터 왕따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4학년 때까지는 장애 친구에게 잘 대해주다가 5학년 때부터 태도가 바뀐 아이가 있어요. 메말라 가는 것이라고 해야 하나, 어른들의 야박함을 보고 배웠다고 해야 하나. 하여간 불러서 왜 그랬느냐고 물었더니 '친구들이 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고요. 여자 아이를 남학생 여섯 명이 괴롭힌 일도 있었어요. 재미로 그랬다고 하더군요. 저도 같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학부모와 교사 간 대화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교사가 전화를 하면 거북살스럽게 여기거나, 혹은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냐 생각하는 분도 있습니다. 교사도 되도록 전화를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인데 그래선 안 된다고 봅니다. 함께 대화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글=고정애 기자 <ckham@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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