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현송월을 보여주는 장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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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송월이 테이블에 자리하자 북한 요원이 서류철을 앞에 올려놓는다. 이 요원은 수석대표에게는 이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다. [사진 JTBC]

현송월이 테이블에 자리하자 북한 요원이 서류철을 앞에 올려놓는다. 이 요원은 수석대표에게는 이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다. [사진 JTBC]

북한 모란봉악단 단장으로 남쪽에도 잘 알려진 현송월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를 직접 받는 실질적인 대표단의 실세라는 것이 회담에서 여지없이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송월은 지난 15일 평창 겨울올림픽 북측 예술단 파견 남북 실무접촉에 일반 회담 대표로 참석했지만, 시종일관 회담 단장인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 옆에 자리했다. 남측 대표단을 판문점 북측 지역의 통일각 로비에서 맞이할 때도 권 국장 옆에 서 있었고 전체 회의 때는 권 국장 오른쪽 자리를 차지했다. 일반 대표가 아닌 사실상 차석대표 역할을 맡았다는 것을 암시한다.

평창 겨울올림픽 북한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이 시작된 15일 오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북측 대표단으로 참석한 현송월 관현악단장(왼쪽)이 북측 단장인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에 이어 두 번째로 회담장에 입장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연합뉴스]

평창 겨울올림픽 북한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이 시작된 15일 오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북측 대표단으로 참석한 현송월 관현악단장(왼쪽)이 북측 단장인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에 이어 두 번째로 회담장에 입장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연합뉴스]

그러나 현송월이 회담 테이블에 자리하자 북한 요원이 조심스럽게 다가가 서류철을 현송월 앞에 올려놓는 장면이 화면에 잡혔다. 이 요원은 수석대표인 권 국장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권 국장은 또 현송월에게 존칭을 쓰며 깍듯한 태도로 뭔가를 묻기도 했다.

이날 접촉에 참여한 남측 대표는 “권혁봉과 현송월은 거의 공평하게 발언했다”고 전했다. 통상 남북대화가 수석대표 발언 위주로 진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역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현송월은 지난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후보 위원으로 뽑혔다”며 “권 단장보다 정치적 위상이 더 높다”고 평가했다. 당이 곧 국가인 북한에서 230여 명에 불과한 당 중앙위 간부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현송월에 대한 김정은의 신임 배경에는 ‘음악정치’가 있다는 분석이다. 현송월은 김정은식 음악정치를 구현하는 조직 중 하나인 모란봉악단을 이끌고 있다. 현송월은 2015년 중국 측이 공연 배경으로 등장하는 핵·미사일 발사 장면 등을 문제 삼자 “원수님의 작품은 토씨 하나 뺄 수 없다”고 버티며 결국 공연 3시간을 남기고 전격 취소를 주도하기도 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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