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시대 온다] 기업들 대응책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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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지난달 초 '근로시간 단축 대응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주5일 근무제와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앞두고 비상대책을 세우기 위한 조치였다. TF팀은 자체 분석 결과 7~8%의 인건비 상승을 예측했다.

이 회사 노경기획팀의 이희성 과장은 "임금을 깎을 수는 없기 때문에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것 외에는 인건비 부담을 해소할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 이후 한번도 파업이 없었는데, 개정안 중 민감한 부분은 모두 노사협의로 위임해 놓았기 때문에 어떻게 합의볼지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건비 부담을 생산성 향상으로=최근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주5일 근무제로 인건비가 2% 남짓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재계의 생각은 이와 큰 차이가 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동욱 경제조사팀장은 "9.6% 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7월 말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고경영자(CEO) 2백2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58.9%가 '생산성 향상'을 주5일 근무제 도입의 전제조건으로 꼽았다.

이 때문에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1일 부회장단 모임을 열고 '10% 생산성 높이기 운동'을 발표하면서 허리띠를 바싹 죄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조남홍 경총 부회장은 "탄력근로시간제 등 여러 방안을 논의 중이며 실질적인 근로시간을 줄여 휴가를 돈으로 바꾸는 관행 등을 점진적으로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기업들도 분주한 움직임이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조선업과 관련해 설계와 생산 양쪽에서 자동화 비중을 크게 할 계획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직원들의 숙련도를 높이고 공정속도를 올리는 방법으로 생산성 향상에 나설 방침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복잡한 업무를 통합.표준화하는 전사적 자원관리(ERP)시스템을 도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인력운용에 큰 변화 온다=그러나 근무강도를 강화하고 공정속도를 높인다고 해서 생산성 향상 효과를 단기간에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기업들의 또 다른 고민이다.

이 때문에 기업 관계자들은 앞으로의 고용형태는 고용의 유연성을 강화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새 인력을 뽑기보다 기존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쪽으로 갈 것이란 얘기다.

삼성 관계자는 "주5일 근무제로 수요가 늘것으로 예상되는 서비스 관련 업종은 인원을 늘려야 하겠지만 다른 업종은 가급적 기존 인력을 최대한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주5일 근무제가 되면 휴일에도 근무해야 하는 기지국 요원 등 근무 인원이 더 필요해진다"며 "이 경우에도 꼭 필요하지 않으면 인력충원보다는 금전보상을 통해 기존 직원을 초과 근무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채용정보업체 인크루트(www.incruit.com)가 대기업 39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51.3%가 '신규채용은 자제하겠다'고 답했다. '신규채용이 늘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 중에서도 57.9%가 채용형태를 '비정규직'이라고 응답했다.

◇노사상생이 전제=장기적으로는 주5일 근무제가 기업들의 경영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짧은 시간 내에 집중적으로 일하려는 욕구가 강해지는 이점도 있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연구위원은 "우리 기업이 고기술.고수익 기업으로 변하는 구조조정의 계기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도 노사협력 없이는 소용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재원 수석연구원은 "노사 모두 임금보전을 둘러싼 힘겨루기를 자제하고 생산성 향상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선구.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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