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불지말랬더니 더 '삑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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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밤 부천종합운동장은 축제 분위기였다. 올 시즌 홈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한 프로축구 부천 SK가 대전 시티즌을 3-1로 꺾고 지난해 11월 6일 이후 18경기만에 홈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부천 서포터스와 선수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발을 구르면서 승리의 노래인 '랄랄라 송'을 불렀다. 흐뭇한 광경이었다.

그러나 이날 부천 서포터스는 경기 내내 불편하고 불쾌한 장면을 연출했다. '호루라기 응원'이 문제였다. 이들은 부천이 공격을 당할 때마다 수십 명이 호루라기를 불어댔다. 대전 선수들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날카로운 금속성 소리에 신경을 거슬린 쪽은 선수보다 일반 관중이었다. 도저히 경기에 집중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장내 아나운서가 대여섯 차례나 "경기에 방해되는 호루라기 사용을 중단해 달라"고 했지만 이들은 방송이 나오는 순간 이를 비웃듯 더 크게 호루라기를 불었다. 통제불능.막무가내였다.

축구장에서 호르라기 사용은 엄격히 금지한다. 주심의 휘슬과 혼동돼 경기 진행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주심이 경기를 중단시키거나 호르라기를 분 사람을 경기장 밖으로 쫓아내기도 한다.

부천 서포터스는 원정 경기에서도 몇 차례 호르라기 사용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최하위로 곤두박질친 팀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면 매우 위험하고 철없는 행동이다. '축구를 너무나 사랑한다'면서 일반 축구팬을 내쫓는 행동을 하는 건 모순이다.

마침 수원 삼성 서포터스인 그랑 블루는 1일 '상대를 비방하는 걸개를 걸지 않고 건전한 서포팅을 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부천 서포터스도 '축구 사랑'하나로 모였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부천=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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