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정책간담회 = 공약발표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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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7일 연 대전 간담회장에서 당 지도부가 주민 숙원사업에 대해 쏟아낸 약속 중 하나다. 행정도시에 토지가 편입된 주민들을 위해서는 대체토지 취득 기한을 1년에서 3년으로 완화해 주겠다고 했다. 대체토지 취득 때는 양도세 감면과 취득.등록세 비과세 혜택도 확대하겠다고 확약했다. 현장에서 접수된 민원에도 답해줬다.

▶질문:염홍철 대전시장 "경부고속철(대전 구간)을 지상화했으니 당초 약속대로 지하화했으면 들어갔을 예산 6000억원을 철도변 환경 개선사업에 써 달라."

▶답변:강봉균 정책위의장 "금액을 미리 밝히기는 어렵지만 선로변 정비사업에 국비 지원이 잘되도록 하겠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3월 한 달 동안 전국을 돌며 정책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각 지역의 의견을 수렴해 불합리한 정책을 조율한다는 취지다. 취지는 그럴듯하다. 그런데 출발부터 모양새가 이상하다. 이날 대전 간담회에서 마구 쏟아져 나온 약속들을 보면 지방선거를 겨냥한 '표심잡기용 공약 발표회'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열린우리당이 과거의 집권여당 '프리미엄'을 챙기려 한다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공명선거에 앞장서야 할 여당이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며 야당도 반발하고 있다.

이날의 약속이 정부 부처에서 이미 추진하던 것이라면 표심을 얻기 위한 생색내기가 된다. 반대로 아직 검토 중인 사안이라면 무조건 약속부터 한 셈이 된다. 간담회장엔 당 지도부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당초에는 중앙부처 국장급 간부들도 간담회에 동행시키려 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가 "공무원의 선거 중립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히자 서둘러 참석을 취소시켰다고 한다. 간담회장 사회를 보던 박상돈 의원은 "정권이 바뀌어 행정복합도시 건설이 무산될지 걱정된다면 열린우리당의 재집권을 적극적으로 밀어달라"고 했다. 선관위가 또다시 열린우리당에 대해 선거법 준수를 촉구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채병건 정치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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