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86세 스키 매니어 박치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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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스키를 타고 설원을 가르는 박치현(86.사진)씨에게 생물학적 나이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남들이 "그 나이에 무슨…"이라고 할 만한 61세 때 처음 입문한 스키 경력이 벌써 26년이나 됐다. 그 후 스키 시즌이 되면 해마다 한 달 이상 스키를 즐긴다. 3박4일 일정으로 스키장을 방문해 오전.오후 2시간씩 스키를 탄다. 이번 시즌에도 31일간 스키를 즐겼다.

그는 "일본엔 100세 넘은 스키어가 있다"며 "아직 스키를 포기하기엔 너무 젊은 나이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스키를 시작한 뒤 매 5년마다 '앞으로 스키를 5년 더 탈지'를 결정하는데 올 초 다시 '5년 연장' 하기로 마음을 정했다는 것.

스키에 매료된 이유를 묻자 "백설의 스키장은 내게 늘 별천지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스키를 타고 내려올 때는 설명하기 어려운 쾌감과 성취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스키는 60세 이상 나이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 스키를 시작하는 것이 두려운 사람에겐 "송아지(스키)를 낳는 순간부터 매일 안으면(꾸준히 즐기면) 나중에 큰 소(어려운 코스)가 돼도 안을 수 있다"는 말을 전했다. 그러나 그는 "스키는 스피드가 있어 늘 부상 위험이 따른다"며 "절대 무리하지 말고 자신의 실력에 맞는 슬로프에서 즐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도 3년 전 상급에서 중급 코스로 바꿨고, 야간 스키는 피한다.

그는 "잘 넘어지는 것을 배우고, 초보 스키어를 피하는 요령을 익히며, 방심하지 않는다면 사고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스키 시즌이 끝나면 그에겐 골프 시즌이 열린다. 47년 전 사업상 필요해 시작한 골프가 지금은 건강을 지켜주며, 노후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둘도 없는 벗이다. 골프 실력은 핸디 17. 그가 골프에 올인하게 된 것은 1994년부터. 아내와 사별한 뒤 아침에 일어나면 마누라 생각이 간절하고 허전해 골프장으로 달려갔다.

그는 매년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는데 혈당.혈압.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항상 정상 범위다. 키 168㎝, 체중 67㎏에 군살이 전혀 없다. 스키어.골퍼에게 있을법한 신경통.관절염도 없다. 전립선비대증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을 뿐이다. 그의 부인은 당뇨병으로 세상을 먼저 떠났다. "함께 골프를 치려고 했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며 아내가 그만둔다고 했다. 그때는 당뇨병에 걸리기 전이니 강요해서라도 시작했더라면 지금도 같이 살 수 있었을 텐데…."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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