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 “구출 안 하고 뭐 했느냐는 댓글, 마음 아파”

중앙일보

입력

29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하소동 소재 8층 건물 스포츠센터에서 22일 오후 화재진압을 마친 소방관들이 뒤늦은 식사를 하고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9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하소동 소재 8층 건물 스포츠센터에서 22일 오후 화재진압을 마친 소방관들이 뒤늦은 식사를 하고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도 소속의 소방공무원이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와 관련,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21일 자신을 광역시 소속 소방본부가 아닌 도 소속 소방공무원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뉴스를 보다가 ‘소방공무원 몇백명이 가서 사람들 구출 안 하고 뭐 했느냐’ ‘초기대응이 잘못되어서 일을 키웠다’는 댓글을 보고 마음이 아프다”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

글쓴이는 “도 소속 소방은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처럼 큰 화재에는 모든 차량이 투입되어야 마땅하지만, 차를 끌고 갈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불을 끄는 경방 요원은 펌프차에 4명이 타야 화재진압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데, 도 소속 소방공무원은 1명이 탄다고 글쓴이는 전했다. 심지어 운전 요원이 혼자서 운전하고 가서 불을 꺼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는 또 “구조대도 마찬가지로 법정 기준에는 한 팀에 최소 6~8명은 있어야 하지만, 도 소속에 있는 구조대는 한 팀에 끽해야 3~4명”이라며 “소방당국이 능력이 없다기보다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방공무원들이 국가직을 외칠 때 자기 좋으려고 외치는 줄 아는 분들이 너무 많다”며 “이러한 문제들을 모든 소방공무원이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 여러분을 위해서 더욱더 국가직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2022년까지 소방 현장인력 2만명을 확보하기로 했다. 2019년 1월부터는 지방직인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일괄 전환한다. 현재 소방공무원은 98.8%가 지방직이고 1.2%만이 국가직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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