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로 자원봉사 허니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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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6일 결혼식을 올리는 이승복(29.(左)).이정여(26.(右))씨 커플은 남다른 신혼여행을 떠난다. 결혼식 후 곧장 세계청년봉사단(KOPION)의 일원으로 합류해 네팔에 가서 4개월 동안 봉사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손해 본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50~60년의 결혼 생활 동안 둘이서 가장 오붓하게 함께 할 수 있는 때일 것 같아요." 신부 이씨의 표정과 말씨가 씩씩하기 그지 없다.

두 사람은 지난해 7월 친구의 소개로 만나 8개월 만에 결혼과 '자원봉사 허니문'에까지 이르렀다. 신랑 이씨는 "순수해 보이는 첫 인상에 끌렸고 서울 강서구의 한 사회복지관에서 같이 자원봉사를 하며 예쁜 마음마저 확인했다"며 신부 자랑을 했다. 자원 봉사가 결혼의 촉매제 역할을 한 셈이다.

신랑 이씨는 '프로 자원봉사자'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20대 시절을 내내 봉사에 바쳤다. 12세 때 미국으로 이민가 UC버클리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학기 중엔 로스앤젤레스의 '나눔의 집'에서 무료 급식을 돕고, 방학 때는 한국에 와 보육원과 장애인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졸업을 한 해 앞둔 1999년엔 미국평화봉사단(Peace Corps)에 지원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대학 동기들이 더 높은 연봉을 쫓아다니는데 목을 맨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였다. 1년여 동안 서류.면접.신체검사 등의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평화봉사단원에 선발된 뒤 이씨는 2000년 8월부터 2002년 11월까지 2년 3개월 동안 네팔에서 머물며 아이들에게 영어와 수학을 가르쳤다.

그는 평생의 반려인 이씨를 만나 지난해 12월 청혼을 하면서 여권 지갑과 '네팔예찬'이라는 책을 함께 건넸다. "같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봉사하는 삶을 살자"는 의미였다.

신부 이씨 역시 그의 뜻을 받아들였다.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신부는 "지금까지는 오로지 음악만 알고 살았다. 하지만 결혼을 계기로 전혀 다른 인생을 설계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랑 이씨는 네팔에서 자원봉사를 마친 뒤엔 대학원에 진학해 국제개발학을 전공할 계획이다(그는 현재 뉴욕대에서 입학 허가를 받아 놓은 상태다). 이후엔 개발도상국을 찾아다니며 봉사를 펼치는 것이 평생의 꿈이다.

글=권호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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